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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EXID의 역주행 현상, 그것도 음악계의 한 흐름이라고 봐야할까?



직캠의 주인공 하니



0. EXID 역주행 현상

 EXID는 2012년에 유망한 걸그룹 아이돌로 주목을 받았다. 그해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에서 신인가수상도 수상하며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나 싶었다. 하지만 4개의 싱글과 하나의 미니 앨범이 발간되는 동안 인터넷에 간간히 인기를 끄는 섹시한 무대 영상을 제외하곤 가요계에 큰 파급력도 낳지 못했고, 그저 그렇게 있다 없어지는 많은 아이돌 그룹 중 하나가 되는가 싶었다. 아이돌 문화의 그늘로 대표격되는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잊혀져가던 도중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8월에 멜론차트 95위에서 시작한 '위 아래'라는 곡이 12월에 1위를 달성하는 국내 가요계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희귀한 사건의 배후엔 한 팬이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린 멤버 하니의 직캠 영상이 있었다. 파주에서 있던 행사 공연이었는데, 훌륭한 카메라로 좋은 각도로 무대를 잘 포착했고 이게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결국 EXID의 이름과 '위 아래'라는 곡의 인기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 '위 아래'는 릴리즈 후 4달만에, 크리스마스 이브날 멜론차트 정상을 찍었고, EXID는 연말 시상식과 굵직한 행사에서 A급 걸그룹의 대접을 받고 있다. 일명 역주행이라고 불리며 많은 네티즌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이런 역주행 사례는 걸스데이가 대표격이다. 걸스데이는 데뷔 후 3년이 흐를 동안 무명에 가까웠으며, 슬로우스타터로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런 슬로우스타터의 모습이 예전에는 EXID처럼 하나의 곡으로 실현된 적은 없었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다.


1. 인기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왜 EXID가 이렇게 인기가 갑작스레 많아지게 된 것일까? 이건 단순히 '섹시한 무대 영상이니까 쉽게 인기를 끌었다.'처럼 뻔한 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이런 섹시 컨셉의 시도는 거의 대다수의 걸그룹이 보여주는 모습이며, AOA같은 경우는 데뷔할 땐 여성 밴드 컨셉이었지만 잇다른 실패로 지금과 같은 노선으로 변경함으로 가요계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EXID나 AOA처럼 조금 더 짧고 타이트한 의상으로 뇌세적인 동작들로 구성된 안무를 마련한다면 인기는 따놓은 당상일까? 이게 틀린 명제라는 건 수많은 잊혀져간 걸그룹들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회의 문제라고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 기회를 단 한 번이라도 포착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비록 재능과 능력은 있으나 그걸 뽐낼 결정적인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문제다.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대중의 관심을 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고인이 된 조 카커의 경우처럼 비틀즈의 유명 곡을 커버해 불러 기회를 잡고 스타덤에 오른 것처럼 말이다. 이런 '기회의 문제'는 한정된 매스컴에 노출될 기회와 이에 비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아티스트들의 불균형 때문에 해결가능할 것 같진 않다. 그래서 무엇보다 아이돌의 성공은 기회를 보다 더 잦게 창출해줄 수 있는 소속사가 결정짓는다고 보는 의견도 많다.

마지막으로는 음악적으로 '위 아래'가 뛰어났기 때문에 이전의 연이은 실패 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는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더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겠다. 근 3년간 꾸준히 매스컴이나 번화가에서 들을 수 있는 걸그룹의 노래는 없다. 음악적으로 아이돌의 음악을 평가하는 건 이제 불필요한 시간 낭비라고 함부로 단언한다. 이는 K-Pop의 전형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왜 EXID가 예전에는 인기가 없었는가, 왜 '위 아래'에 들어와서 큰 주목을 받게 되는 걸까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섹시 컨셉이라는 트랜드의 충실한 수행과 직캠이라는 의외의 적합한 기회 획득. 그래서 네티즌은 지금의 EXID를 만든 직캠을 촬영한 팬에게 되려 주목하고 있다.


2. 이게 음악계에서 일어날 법한 일인가?

 이런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들춰보면서 의구심이 하나 든다. 이게 정말로 음악이라고 부르는 분야에서 일어날 법한 일인가하는 생각이다. 음악 차트와 음악 퍼포먼스를 논하는 데에서 EXID의 성공가도가 흔한 성공가도를 달리는 음악가의 전형인 건가? 아니면 그냥 어떤 유명인의 인기를 얻는 과정을 그린 건가?

사실 EXID의 사례를 보려면 더 큰 시야로 음악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알듯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음악은 이미 짙은 상업화를 띄고 있고, 이로 인해 음악계는 음악의 본질 대신 돈의 논리에 따르게 됐다. 결국 이런 경향으로 인해서 기획사는 대중에게 아티스트의 목소리, 퍼포먼스, 멜로디에 주목하기보다 그 부수적인 것에 집중하도록 강요해왔다. 그래야 대중이 짧은 시간에 더 빠르게 그 아티스트에 집중하고 그만큼 돈도 모이니까 말이다. 이런 그릇된 논리 구조는 하나의 아티스트에게는 사실 절박함으로 다가온다. 가수로써 성공한다는 게 노래 단 하나의 돌파구에만 집중해서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게 아니라 노래와 관련된 부수적인 것, 어쩌면 가수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으로 관심을 받아야 하니까 말이다. 이런 점에서 EXID라는 하나의 아티스트의 성공 사례는 그 EXID 개인들에게는 서러운 오랜 고생을 극복한 희망 가득한 성공일 수 있겠지만, 결국 음악계 전체로 봤을 때 악순환의 한 고리로 기능하며 앞으로 가요계에서 제2의 EXID를 만들기 위해 음악과 어긋나는 방향으로의 분위기가 조성될지 모른다. EXID의 현상은 결코 바람직한 아티스트의 성공 과정은 아니다. 결국 이런 현상이 나온다는 건 음악의 짙은 상업화의 결과며, 더 좋은 노래, 더 멋진 화음을 준비하는 본질을 갖춘 아티스트에겐 간접적인 피해가 돌아간다고 볼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EXID 본인들에게도 이런 인기가 보장된 장밋빛 미래만을 주진 않는다. EXID가 다음 번에 새로운 곡으로 이번 같은 성공을 할 수 있을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다음 번엔 '하니 직캠'과 같은 뜻밖의 행운이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단발성 인기가 아닌 진짜 인기를 위해서 음악 아티스트는 자신의 음악을 중심 삼아 대중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자신의 음악 정체성을 공고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3. 가장 좋은 아티스트는 '오래'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팬들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아티스트는 오랜 기간 꾸준히 팬과 함께 할 수 있는 아티스트다. 아무리 좋아도 몇 안 되는 곡만 남기고 사라져버리면 팬과 소통하는 훌륭한 아티스트로 부르기 어렵다. 반면에 대다수의 해외 레전드 아티스트는 흰머리가 가득하고 주름이 셀 수 없이 잡힐 나이가 되어서도 무대에 오르고 새로운 앨범을 출시한다. 비록 황혼에 발표하는 음악에 예전에 가득한 젊은 패기가 하나도 묻어나지 않아도 팬들은 박수를 쳐준다. 

음악 아티스트는 짧고 굵게보다 얇고 길게 가는 전략이 더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엔 단발성 화제와 인기를 위한 아티스트가 너무 팽배하다. 크레용팝도 무대에서 폴짝 폴짝 뛰다가 요즘엔 어디로 폴짝 폴짝 뛰어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EXID도 내년에 아무도 모르게 어디로 사라져버리지 않는다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오랜 팬들의 사랑을 받아 오래 활동할 수 있는 EXID만의 음악 기반은 내년엔 그들에게 허무함을 내던져줄 수 있다. 이번 기회를 겪고 EXID는 스타덤에 오른 게 아니라, 가장 일생일대의 중요한 교두보에 서있다.


크레용팝은 어디로 갔나요? 크레용팝은 어디로 갔나요?




+2014.1.9 추가

EXID는 뮤직뱅크에서 공중파 첫 1위를 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