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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 버드맨(Bird Man) OST와 아카데미 이야기



Birdman (버드맨) OST

아티스트
Antonio Sanchez
타이틀곡
The Anxious Battle for Sanity
발매
2015.02.12
앨범듣기



버드맨 (2015)

Birdman 
7.3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출연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19 분 | 2015-03-05
글쓴이 평점  




0. 2015년 아카데미 주인공이 된 버드맨!

 보통 아카데미 시상식을 마치고 나면 으레 돋보이는 영화 하나가 있기 마련이다. 2014년엔 오스카의 주인공이었던 영화라 하면, '노예 12년'과 '그래비티'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2015년엔 작품상과 각본상 등 4관왕을 이룩한 '버드맨'이 '위플래쉬'와 함께 주인공이 되었다. 버드맨이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아도, 영화를 감상한 분이라면 충분히 설득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재밌는 것은 두 주인공 영화들의 공통점이 드럼이라는 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재즈 드럼이다. 위플래쉬는 영화 주제가 재즈 드러머의 이야기고, 버드맨은 OST가 드럼 독주라는 점이다. 위플래쉬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무지하게 많지만 여기서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건 버드맨의 OST다.




1. 영화 전체에 가득한 드럼 비트

 영화의 막이 오르고 영어 문장이 화면에 뜰 때부터 드럼 비트는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의 기승전결 속에서 드럼 비트는 함께 한다. 빠르기와 강약조절로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감정을 조절해준다. 어쩌면 딱히 긴장할 요소가 없는 부분에서 드럼의 조심스러운 비트로 인해서 괜스레 손에 땀을 쥐게 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극중 인물의 속마음이 지금 어떠한지를 배우의 표정과 더불어 드럼이 양상을 묘사해주기 때문에 관객은 몰입에 굉장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쩌면 버드맨 속의 드럼 소리는 많은 관객에서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드럼은 다른 악기 뒤에서 박자를 맞춰주고 흥을 돋구는 약간은 보조적인 역할이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버드맨에서는 드럼 '홀로' 연주된다. 다행히 영화의 중반에 무르익을 즈음엔 관객은 이 낯섦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영화와 OST가 이루는 통일감에 감탄할 것이다.




안토니오 산체스와 알레한드로 감독



2. OST의 주인공은 누구?

 버드맨의 음악은 '안토니오 산체스(Antonio Sanchez)가 담당했다. 그는 멕시코 출신이며, 팻 메스니의 세션으로도 뛴 적도 있는 뛰어난 재즈 드러머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버드맨이 필모그래피의 시작인 '새내기'다.

버드맨의 알레한드로 감독은 “드럼은 나에게 영화의 리듬을 말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느껴졌다. 관객들도 드럼의 비트를 따라 장면의 템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어 그는 “코미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이며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버드맨’ 속 비트는 배우들의 심장소리와도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The drums, for me, was a great way to find the rhythm of the film," González Iñárritu told me at Telluride. "Allow the audience to flow with the beat and find the tempo of each scene. In comedy, rhythm is king, and not having the tools of editing to determine time and space, I knew I needed something to help me find the internal rhythm of the film. The sound, I was interested to put in, and it helped me.")

드럼만으로 버드맨의 흐름을 꽉 잡은 데에는 애초에 감독의 의도였고, 이 의도 안에서 안토니오 산체스는 보란 듯이 작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OST를 위한 드럼 연주는 고작 1주일 전에서야 즉흥을 섞어 뚝딱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과정은 시나리오를 읽고 안레한드로 감독의 원하는 분위기와 감정을 전해 듣고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연주를 해서 감독에게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결국 치밀한 감독의 준비와 드러머의 천재성이 합해져서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버드맨은 오스카의 주인공이 되었다.




3. 이렇게 엄청난데 아카데미 음악상은 왜 못 받았을까?

 아카데미에는 들리는 것과 관련된 상은 '음악 믹싱상', '음향편집상' 그리고 '음악상'이 있다. 하지만 버드맨은 어느 하나 받지 못했다. 드럼비트만으로 써내려간 OST는 혁신성, 괴상함, 예술성 그리고 매혹적인 측면에서 관객을 사로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조차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아카데미의 약간의 다소 멍청한 규정 때문이다.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발매되는 영화 OST 앨범을 기준으로 심사 평가를 한다. 아카데미측은 OST 앨범에서 영화를 위해 새로 쓰인 곡과 기존에 있던 곡의 비율을 따져 후보로써 적합한지를 따진다. 버드맨에는 산체스가 두드린 드럼 소리 말고 말러, 챠이코프스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곡이 수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버드맨 OST 러닝타임 중에서 이 클래식 음악들의 재생 시간이 새롭게 쓰인 곡보다 긴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후보 심사에서 떨어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OST의 새로운 창작 없어 기존의 곡들로 OST를 채우는 영화들을 후보에서 제외하기 위해 비율을 하나의 심사 도구로 채택한 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걸 OST 앨범에 적용하는 것보다 영화에 적용하는 게 맞는 것은 아닐까?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클래식 음악은 일부에만 사용되었고 심지어 영화적 기법으로 중간에 잘라버린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엉뚱한 곳에 비율이란 잣대를 가져다대는 행태 때문에 산체스의 훌륭한 드럼 연주는 상을 받지 못했다.ㅠ.ㅠ 




4. 다음 혁신은 뭘까?

 버드맨 OST는 아카데미에서 비록 외면 받아 그 가치를 인정받진 못했지만, 여전히 주목해야하는 건 다음 작품에서 드러날 알레한드로 감독의 음악적 감각, 그리고 산체스의 영화 속에서의 활약이다. 분명히 실제 음악 활동에서 산체스가 시도하는 재즈 음악과 영화 안에서 표출하는 재즈 음악을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산체스는 자신의 음악 커리어에서 시도하지 못한 연주법과 레코딩법을 버드맨에 참여하면서 해볼 수 있어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의 천재성은 스피커를 탈출해 스크린으로 건너와 더 훨훨 날아오를 것이며, 버드맨에서 보여준 만큼의 혁신을 다시 한 번 보여주리라 기대하는 것 과도한 바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