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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커버'스토리

Abbey Road(애비 로드) 커버에 담긴 이야기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앨범 커버라면 단연 '애비 로드'가 아닐까. 수많은 대중매체에서 패러디되거나 오마쥬되어 사용되었고 지금도 심심치 않게 관련된 재미난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토록 유명한 만큼 커버에 담긴 이야기도 많다. 그래서 커버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커버 촬영 이유?

 가장 유명한 커버가 되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따랐다. 첫 번째는 비틀즈의 명성이다. 실질적으로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인 애비로드가 발매된 시기는 1969년으로 이미 비틀즈의 명성이 전세계에 이곳저곳에 다다른 이후였다. 사실 그들이 새 앨범을 발매한다는 자체로 시끌시끌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즉흥성이다. 비틀즈는 이미 과감한 시도를 통해서 음악적 진보를 이뤘던 때였고, 즉흥성은 그 실험성중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폴이 제안한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앨범 커버에서도 재밌게 적용됐다. 사실 이 앨범명은 처음엔 그들이 즐겨피는 담배 이름인 '에버레스트'를 따서 지을 예정이었고 따라서 앨범커버도 에버레스트에 가서 찍으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멀리까지 가서 앨범 커버를 찍기 싫은 멤버들은 결국 녹음 작업을 한 애비로드 스튜디오 바로 앞 길에서 늦은 아침에 10분만에 뚝딱 찍어냈다. 실제 1969년 8월 8일 10시가 좀 넘은 무렵이다.

가장 유명한 커버답게 무슨 뜻이 숨어있을 거 같기도 하지만 그런 거 없다고 보는게 가장 현명한 답이다. 그냥 재밌게 즉흥에서 찍었을 뿐이다! 어마어마한 의미를 담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앨범 커버가 됐다. 말 그대로 "Simply the Best"다!

커버 사진을 찍는 과정은 여기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2. 커버 속 에피소드




 2-1. 비틀즈와 비틀

 네 명의 뒤에 여러 차들이 보이는데 식별가능한 번호판을 가진 차는 좌측 가장 앞에 있는 폴크스바겐의 비틀이다. 번호판(LMW 281F)은 앨범 공개 이후에 수도 없이 도난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저 흰색 비틀은 1983년에 경매에서 2,530 파운드에 팔렸고, 2001년부터 독일 폴크스바겐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우연히 주변 거주자의 차량이 찍혔지만 그걸로 인해 차 하나가 박물관에 들어설 정도로 귀한 물건이 돼버렸다;;;;


전시 중인 그 비틀!


폴크스바겐은 후에 이렇게 비틀 광고로도 애비로드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2-2 또 다른 남자

 커버 속엔 비틀즈 멤버 4명 이외에 좌측 인도에 3명과 우측 인도에 1명이 더 보인다. 이들도 역시 의도된 등장이 아닌 우연히 주변에 있다 찍힌 이들이다. 좌측의 멀리있는 3명은 식별이 불가능하지만 우측의 남자는 얼핏 누군지 추측이 될 법하다. 그렇다, 이 남자는 벌써 누군지 밝혀졌다. 폴 콜(Paul Cole)이라는 남자였고, 와이프와 함께 런던 여행을 왔던 때라고 한다. 당시 와이프를 기다리면서 차 안에 있는 경찰과 사소한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경찰과 대화중에 네 명의 괴짜들이 오리처럼 줄지어서 길을 걷는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고 나서 1년 후에 우연히 집에 있는 애비 로드 앨범을 보고 그 남자가 자신이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8년 2월에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출처)




 2-3 폴 매카트니의 사망설

 1969년에 폴 매카트니가 1966년에 이미 죽었고 당시 활동하는 폴은 가장 비슷한 모습을 가진 대역이라는 루머가 퍼졌다. 소위 폴 매카트니 사망설이 바로 이것이다. 사망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비틀즈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그럴듯한 포장을 통해 폴의 사망을 뒷바침하는 데 이용됐다. 사망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애비로드 커버에서도 그 근거를 찾았다. 우선 계속해서 도난 당한 비틀의 번호판에 주목해야한다. LMW 281F은 LMW는 'Linda McCartney Weeps(부인 린다 매카트니가 운다)'를, '28IF'는 '살아있었다면 28살이다'를 의미한다. 그리고 다음으론 폴이 왼손잡이임에도 담배를 오른손에 들고 있다는 점, 폴 혼자 희안하게 맨발이고, 다른 멤버와 스텝이 다르다는 점을 통해 폴의 죽음을 은유한다고 주장한다. 이밖에도 정말 사소한 껀덕지들이 폴의 사망과 결부되고 있다고 주장된다.

 많은 부분에서 폴의 사망설은 반박됐고 멤버들 스스로도 수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언급됐다. 미국이 달에 간 건 다 뻥이라는 음모론과 다르지 않은 우스운 주장이다.


2-4 명소가 된 애비로드

 앨범 커버만 유명해지는 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그 장소는 정말로 유명한 곳이 됐다. 아직도 수많은 런던 방문객들이 꼭 한번 찾는 곳이 되었고, 영국에서도 영국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한 밴드 때문에 횡단보도 하나 있는 길거리가 명소가 되었다니 참 재밌는 일이다.

http://www.abbeyroad.com/crossing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애비로드를 웹캠으로 볼 수 있다. 낮 시간에 보면 관광객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며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ㅋㅋㅋ

애비로드 스튜디오 담벼락에 남겨진 수많은 낙서들


 2-5 애비로드 스튜디오

 그들이 애비로드 앨범 녹음 작업을 했던 EMI의 소유의 애비로드 스튜디오도 지금은 많은 후배 아티스트들로부터 한번쯤은 작업하고 싶은 곳으로 떠올랐다. 또한 관현악 녹음에 탁월한 곳으로 유명한 이곳은 비틀즈 이외에도 핑크 플로이드, 클리프 리처드도 거쳐갔다.

 'Live from Abbey Road'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쟁쟁한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등장한 아티스트들 중에 좋아하는 주인공이 있다면 영상을 찾아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위키피디아 링크)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2011년에 샤이니가 일본 데뷔 쇼케이스로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3. 정리

 정리하자면,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애비로드의 앨범 커버엔 그들의 유명세덕분에 사소함에 우연이 깃들게 됐고, 동시에 그 우연들이 지금까지 여전히 유명하도록 해준 재밌는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이것보다 더 유명한 앨범 커버가 나올까? 나는 그렇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