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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년만에? 8년이야!
버즈가 8년만에 컴백 무대를 한양대학교 축제 무대에서 가졌다. 버즈는 8월 말에 싱글 '8년만의 여름'을 발표했고, 한양대 공연 9월 22일 당일에 싱글 'Train'도 발표했다. 그렇지만 버즈는 어떤 매스컴에도 출연하려고 마음 먹고 있어보이진 않았다. 한양대 총학생회의 섭외 요청에 마침 싱글 발표와 비슷한 시기고, 8년만에 마침 반갑게 불러주는 곳이 있어서 굳이 오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무대에 오른 모습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뒤로 하고 버즈는 8년전에 대한민국의 10~20대는 물론이고 그 영향력이 어마어마해서 가요를 잘 즐기지 않는 30~40대까지 노래방에서 '가시'를 부르게 한 메가톤급 아티스트였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보컬 민경훈의 군입대와 맞물려 버즈는 자연스럽게 해체 수순을 밟아갔고, UCC에서 가끔 추억팔이로 올라오는 민경훈의 무대 영상에 팬들은 뒤늦게나마 '쌈자신'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쌈자신이 8년만에 비공식무대긴 하지만, 어쨌든 돌아왔다.
2. 기대에 부응하긴 어렵나
한양대 대운동장에 버즈를 보기위해 말그대로 소싯적 노래방에서 열창했던 젊은 남녀들이 어마어마하게 모였다. 민경훈이 등장할 땐 그 함성이 마치 A.O.A가 와도 맞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 버즈의 히트곡은 사실 의미가 없다. 그래서 그들의 앨범 수록곡이 다 히트곡이었으니 그저 옛날 곡 2곡만 가볍게 불러줘도 괜찮은 무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곡, 가시를 부르고나서 거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새 싱글 두 곡을 내리불렀다. 관객들은 최소한의 호응으로 반겨줬지만, 싱글들의 스타일은 8년전 버즈와는 전혀 다른 색깔이었다. 최근 유럽에서 인기끄는 가벼운 사운드에 전자음악이 더해지고 민경훈의 목소리를 저만치 희뿌옇게 들리는 곡이다. 더욱이 대학 축제 무대에서 호응을 이끄는 곡도 아니거와 사람들이 일단 그 곡을 아예 모른다는 점에서 이번 무대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소문으로 듣던대로 민경훈의 목은 군 전역후 예전같지 않았다. 8년전 강할 때 힘을 줘 부르고 도입부를 부드럽게 부르는 특유의 강약조절도 보이지 않고, 고음은 가성으로 무성의하게 넘기거나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돌리기 일쑤였다.
3. 앙꼬없는 찐빵
사실 한양대 총학생회가 버즈를 부른 연유는 과거 인기곡 위주로 관객들에게 떼창을 유도하고 학생들이 신나게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웃으며 돌아가기를 바랬던 점에 있다. 하지만 버즈는 5곡 중 사람들이 모르는 신곡 2곡을 불렀고, 수 없이 이어지는 앵콜요청도 딱 잡아떼면서 돌아섰다. 실제로 앙코르로 겁쟁이 한 곡을 불러줬는데, 이것조차 부르지 않고 돌아갈 거처럼 말하는 탓에 얼마나 불안불안했는지 모르겠다.
'설마 가시랑 겁쟁이만 부르고 돌아간다는 건가?'
심지어 민경훈이 무대 말미에 재결합한 지 오래되지 않아 합주를 많이 못해 준비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 말이 처음엔 겸손의 한 종류인지 알았는데, 끝엔 그 말이 정말이라고 수긍했다..;
가시, 겁쟁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불렀지만, 가운데 신곡 두 곡을 쌩뚱맞게 억지로 넣어버린 점, 인기곡 두 곡조차 옛날의 그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 록밴드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어떤 모습의 무대매너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는 점.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8년만에 컴백 무대라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여전히 과거 버즈의 아우라의 일각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