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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리뷰] Green Day <Revolution Radio>



 4년 만에 그린데이가 정규 앨범을 냈다. 2012년 Uno, Dos, Tre 3연 앨범을 공개한 후 각 잡고 앨범을 낸 것이다. <American Idiot>이란 자신들 최고의 작품을 2004년에 발매했고, 이어지는 앨범 <21st Century Breakdown>라는 완성된 앨범을 2009년에 발매하면서 록밴드로서의 정수를 결정지었다. 2015년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도 젊음을 뽐낸 <Dookie>는 물론이고 중년의 나이에 디스코그래피의 정점을 찍었던 2010년 이후의 두 앨범 덕분이었다. 그 두 앨범 사이의 공백은 5년이었고, 이번 새로운 앨범도 그에 육박하는 4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당연히 많은 팬이 그린데이의 완숙한 음악을 기대하는 마음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Revolution Radio>는 길을 잃은 모양이다. 그린데이의 음악을 하나의 타임라인으로 긋는다고 했을 때, 이번 앨범을 가장 오른쪽 2016년에 찍기 민망하다. 음악은 <Dookie>이란 대성공 이후 그들의 음악을 자가 복제하는 듯한 곡들만 담겼던 <Insomniac>, <Nimrod> 그리고 <Warning>을 떠오르게 한다. 그들은 데뷔 이래로 자신만의 음악 문법과 어휘들을 활용해왔다. 록 음악이 쇠퇴의 길을 걷고, 일렉트로 음악과의 융화의 움직임이 대세로 자리 잡은 2016년에도 그들은 10~20년 전 문법과 어휘를 자신있게 들고 나왔다. 그린데이는 성공한 앨범들에서도 같은 어휘와 문법으로 다른 이야기를 써내며 성공해낸 경력이 있다. 그것들로도 충분히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음을 보장받은 밴드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같은 시도로 음악계에 파장을 일으키기엔 힘이 많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과거로의 회귀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스태미나는 많이 줄었다. 밝고 젊은 기운은 어쩔 수 없이 소멸된 양태를 가지고 있다. 이번 앨범은 그래서 진부라는 단어에 가깝고, 2016년이라는 단어와는 멀다. '새로움'이란 단어는 말할 것도 없다.


네오 펑크의 수장으로써 그린데이의 상징성은 어마어마하다. 그들은 누구보다 신나는 록 음악의 대표로 군림했고, 빌리 조 암스트롱의 목소리는 수십 년 동안 그린데이의 정체성 이상을 상징했다. <America Idiot>을 통해 정치 참여와 사회적 목소리를 더하면서, 그들은 음악 이면의 심층성을 갈망하기도 했다. <21st Century Breakdown>에서 보여준 대서사시적인 향기는 온데간데없다. 그들의 이번 앨범의 입지는 한 단계 도약이 아니고, 추억의 부활일 수도 없다. 이번 앨범은 팬들에게 출석체크 그런 정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