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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OS + 페블 스틸 라운드 그리고 iOS + 애플워치 비교 후기

 

0. 두 기기를 교차 사용하면서.

 첫 웨어러블은 애플워치 1세대 였습니다. 아이폰6S플러스에 물려 사용했습니다. 스테인리스라서 매우 비싼 값을 내고 구매했고, 그 값어치 때문에 확실히 '무언가를 질렀다!'는 기분이 드는 구매였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아이폰7과 페블 스틸 라운드를 사용했습니다. 페블이 안드로이드에선 사용하기 괜찮았는데, iOS에서는 불편함이 느껴져 이번에 다시 애플워치 나이키+를 구입했습니다.

각 기기의 장단이 분명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주관적 측면에서 제가 느낀 점들을 간단하게 나열하겠습니다.

 

 

 

1. 페블

Pros

- 아마존에서 150불 정도에 저렴하게 구입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 중에서 가장 저렴한 편이라 진입장벽도 낮은 편입니다. 게다가 삼성과 애플의 주력 제품보다 두께도 얇고 둥근 디자인은 긱스러움이 덜한 페블은 쉽게 착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그거 뭐야?"라고 묻는 거 보면 일상에서 보통 시계처럼 보이는 모양입니다.

 

-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Always On Display). E-ink 액정을 채택해서 항상 시간이 켜져 있습니다. 페블을 처음 구입했을 때 '왜 이걸 사람들이 그렇게 편리하다고 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손목을 기울여서 시간을 봐야하는 애플워치로 웨어러블을 입문해서 그 편리함을 처음엔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애플워치를 사용하면서, 항상 켜진 액정의 편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보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인데, 애플워치는 의식적으로 손목을 돌려야하는 사소한 번거로움이 있다는 걸 페블을 팔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항상 켜짐은 항상 좋습니다.

 

- 빠른 반응력. 버튼을 누르면 재깍재깍 반응하는 페블은 소프트웨어적으로 불만이 전혀 없었습니다. 페블이란 기기에서 느리다는 표현이 아예 필요 없습니다. 누르면, 실행됩니다. 애플워치에서 이용자들은 공통적으로 손목을 들고 앱이 실행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불평하곤 하죠.

각 버튼은 펌웨어 판올림이 진행될 수록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각 버튼을 길게 누르면 각각 실행되는 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 은근히 자주 업데이트 되는 워치 페이스. 페블 앱에서 마음에 드는 워치페이스를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양질의 워치페이스라고 하긴 힘들도 양이 많은 워치페이스가 주기적으로 업로드됩니다. 솔직히 말해서 많은 워치페이스는 조악하기도 하고, 무의미해보이기도 합니다만, 없는 것보다 좋죠. 페블 라운드가 상대적으로 기존 네모 모양의 페블보다 워치페이스가 적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Cons

- 알림이 오면 백라이트가 켜짐. 사실 이 부분은 제 개인적인 단점이었습니다. 페블은 손목 안쪽에 센서가 없기 때문에 손목에 찬 상태인지 벗어놓은 상태인지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페어링이 된 상태에 알림이 오면 무조건 백라이트가 켜지며 알림이 뜹니다. 저는 이게 영화관이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신경 쓰였습니다. 영화관에서 알림이 오곤 하는데, 이 조명이 어두운 곳에선 생각보다 밝아서 저는 물론이고 주변분들 영화관람에 쓸 데 없이 방해가 됩니다. 물론 방해금지 모드를 켜두면 되는데, 이걸 깜빡할 때마다 영화관에서 곤혹스러웠던 적이 많습니다. 비슷하게, 누구와 대화할 때 알림이 와서 조명이 켜지면 이야기하는 상대가 "그거 뭐야?"라며 호기심을 던지곤 합니다. 이 호기심이 나쁜 건 아니지만, 종종 대화의 흐름을 깨고, 상대방의 주의를 분산시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별거 아닌 단점이죠.

 

- iOS와 찰떡같이 어울리지 못합니다. 바로 iOS이 앱에 주는 권한이 많지 않은 까닭입니다.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하는 페블은 문제가 없지만 iOS에서는 불편함이 발생합니다. 예컨대, 스마트폰 사용시 오는 알림을 웨어러블 기기에 전달을 막는 기능입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폰 사용시 알림을 폰에서만 받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iOS에서는 그 기능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아이폰을 만지고 있는데 카톡이 오면, 폰에서 진동이 한 번, 바로 페블에서 진동이 한 번 더 옵니다. 한두 번이면 모를까, 양방향 진동이 계속되면 꽤 거슬립니다.

이뿐 아니라 페블앱은 권한을 계속 요구합니다. 페블 앱의 위치 정보를 항상 켜두라고 하고, 백그라운드 앱 새로 고침을 요구합니다. 이걸 다 안 할 수 있지만, 블루투스 페어링이 끊겼다고 알림이 뜨거나 걸음이나 수면 정보 동기화에 문제가 발생하는 사소한 불편이 따라오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2. 애플워치

Pros

- 찰떡같은 궁합. 이건 같은 제조사에서 만들어서 가지는 가장 기초적인 장점이죠. 그러나 갤럭시+기어S시리즈가 주는 조화보다 더 막대합니다. 알람이나 활동데이터, 음악앱 등 전방위적으로 쫀득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마치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단에서 워치와 아이폰을 한 기기로써 인식될 지경입니다. WatchOS가 더 성장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끈끈한 시너지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 남들이 유일하게 알아보는 웨어러블. 일상 속에서 주변 사람들이 마주하면 유일하게 "그거 애플워치죠?"라며 실제 모델명을 아는 유일한 웨어러블입니다. 기어S 시리즈만 해도, "그게 애플워치야?"라는 질문을 안 받으면 다행이고, 페블은 "그거 뭐야?"라는 질문을 받기 일쑤죠. 나이키와 에르메스와의 콜라보를 통해 사람들 인식 속에 애플워치가 기계로써의 덕후스러움에서 악세서리로써의 영역으로 옮겨갔습니다.

 

- 탭틱 엔진. 탭틱 엔진의 진동은 중독적입니다. 알림이 반가울 지경이고, 알람이 유쾌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진동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요란스럽고, 시끄럽고, 난데 없는 감이 모두 다 거세됐습니다. 부드럽고 신사답게 손목을 두드려 알려줍니다. 다른 웨어러블과 차별되는 유일무이한 애플워치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정 알림과 일반 알림, 모닝콜 등 탭틱 진동 방식과 세기가 다 다릅니다.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진동만으로 어떤 알림이 왔는지 알 수 있으니 끝내주는 거죠.

 

Cons

-가격. 가격. 가격. 스테인리스 모델을 비싸게 샀다가 1년도 안 썼는데, 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되팔았습니다. 악세서리로 분류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주기적으로 신제품이 나오는 가운데 기변증을 못 이기는 사람들에겐 1~2년에 한 번은 바꿔줘야하는 기기입니다. 그렇다면, 중고 가격도 매우 중요한데, 애플의 제품치고 유난히 가격 하락이 큰 편입니다. 게다가 시리즈2 출시를 앞두고 온/오프라인 리셀러까지 나서며 1세대 애플워치 떨이 판매를 진행했습니다. 소매점까지도 가격을 후려치며 파는 가운데 중고가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래서 시리즈2는 중고 가격 하락이 그나마 적은 알루미늄 버전을 구입했습니다.

 

- 네모난 모양. 페블 라운드의 장점은 둥글다는 장점이었습니다. 전통적인 손목 시계의 모양이라 친숙할 뿐더러, 아날로그 워치페이스와 잘 어울렸고, 심지어 디지털 워치페이스에서도 독특한 개성이 나타나는 점이었습니다. 애플워치가 채택한 직사각형의 모양이 앱 사용시 유리한 점도 있을 수 있지만, 디자인과 심미적 특성에선 여전히 (저에겐) 많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