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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신인상(Best New Artist) 부문 이야기

 

 59회 그래미 어워드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미 어워드 본상 중 최우수 신인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래미 어워드 메이저 부문은 4개입니다. Record of the year(올해의 레코드), Album of the year(올해의 앨범), Song of the year(올해의 곡) 그리고 Best New Artist(최우수 신인상)이 있습니다. 프로 음악가가 평생에 한 번 받기 힘든 상이라 꿈의 무대라고 여겨지는 건 사실이지만, 전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일부 아티스트들은 상을 무지하게 쓸어 담고 있는 게 그래미 어워드이기도 합니다. 최다 수상자인 게오르그 솔티가 31번을 수상할 정도로 훌륭한 아티스트는 커리어 동안 많은 수십 개에서 적게는 몇 개까지 수상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티스트에겐 신인상이 더 귀한 상일 수도 있습니다. 보통의 시상식의 신인상처럼 최우수 신인상은 기회가 모든 음악가에게 일생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래미의 신인상 수상 조건은 여느 신인상과는 조금은 복잡한 규칙을 가졌습니다. 대개 일반적인 시상식의 신인상은 데뷔 작품을 기준으로 후보가 정해지곤 합니다. 예능쪽에선 그 해에 첫 작품을 공개한 사람이 수상 받을 수 있거나, 스포츠에서는 그 해 리그 데뷔를 한 선수에게 후보권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그래미는 조금 다릅니다.
2013년 최우수 신인상을 받은 ‘Fun.’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의 정규 앨범 1집은 신인상을 받게 된 앨범인 2012년 작 <Some Nights>이 아닙니다. 2009년에 이미 1집 <Aim and Ignite>가 있었습니다. 이 앨범은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Fun.’이라는 밴드의 존재감을 그리 알리기 힘든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1집이 아니어도 신인상을 받을 수 있는 건 그래미가 정한 바로 다음과 같은 규칙 때문입니다.
"For a new artist who releases, during the Eligibility Year, the first recording which establishes the public identity of that artist.”
"해당 연도에 대중적인 저명함을 이끈 음악을 발매한 새로운 아티스트에게 수상됩니다.”
 
이말엔 후보 아티스트가 꼭 정규 데뷔 앨범어야 하거나 필히 싱글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없습니다. 예컨대 코앞으로 다가온 59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2014년이나 2015년에도 어느 정도 인기를 받다가 2016년에 몇 개의 곡으로 대박을 터뜨린 3년차 아티스트도 신인상 후보로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사례에 딱 맞는 주인공이 있는데, 바로 강력한 신인상 후보인 ‘The Chainsmokers’입니다.
이런 규칙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는 구석이 있습니다. 바로 너무나 큰 주관성입니다. 이 항목 때문에 "누가 신인상 후보로 될 수 있냐?"라는 질문에 직관적으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대중의 저명함(Public identity)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사람마다 따지기 나름이니까요. 실제로 이런 애매모호한 사례 때문에 논란이 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2010년 ‘레이디가가(Lady GaGa)'가 신인상 후보에서 제외된 사건이 바로 그 사건입니다.
참고로 그래미 어워드 후보 선정과 수상자는 레코딩 아카데미(aka NARA, 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and Sciences)에서 선정합니다.  2010년에 쟁쟁한 후보 중에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강력한 신인상 후보는 단연 레이디가가였습니다. ‘Poker Face’가 수록된 <The Fame>이라는 앨범이 2009년 전세계 음악계를 강타한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었고, 메이저 부문에서 신인상을 제외한 3개 부문에 당당하게 후보로 올랐으니까요. 그런데도 여기서 레코딩 아카데미는 레이디가가를 신인상 후보에서 제외했습니다. 심지어 <The Fame>이 그의 데뷔 정규 앨범인데도 말입니다. 제외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2009년에 레이디가가의 싱글 ‘Just Dance’라는 곡이 그래미 어워드에 후보가 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이 경력을 통해 레이디가가는 신인이라 보기 어렵다, 즉 대중적인 저명함을 이미 보유한 아티스트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국 신인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고, 레이디가가는 신인상 수상 기회를 받지도 못한 건 둘째치고 일생에 한 번 있을 신인상 수상 기회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놓쳐버린 피해자가 된 것이지요. 이는 수상 후보에 대한 애매한 주관성이 한 아티스트의 유일한 기회를 날려버린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그렇게 레이디가가의 사건 후에 레코딩 아카데미는 규칙을 수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객관적인 조건을 더 추가한 것이었습니다. 그 조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소 5곡의 싱글 곡이나 하나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30곡의 싱글이나 3개의 정규 앨범을 초과하지 않은 아티스트
- 한 수상 부문에서 다른 그룹을 통해서 혹은 퓨처링으로 참여하거나 협업하여 세 번 미만의 그래미 어워드 후보 경력이 있는 아티스트
- 해당 기간 동안 대중적 인식에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거나, 음악적 지표에 영향력을 끼친 아티스트
 
그 전의 애매모호함은 다소 누그러진 측면이 있습니다. 추가된 규칙에 근거하면 레이디가가는 후보 자격이 있게 된 셈이었고요. 결국 디스코그래피 측면에서 신인이냐 아니냐에 대한 혼란은 조금 해소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마지막 3번째 항목에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느낌이 여전히 강합니다.
 

 

그래미 어워드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보수성과 그 취향의 견고함 때문에 수상자가 공개되고 종종 실망을 낳는 시상식이기도 합니다. 인종차별, 특정 장르 편애, 일관성 없는 평가 가중치 등 이미 논란 거리가 된 것도 많습니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의 해소도 중요합니다. 그 시작은 아무래도 먼저 신인상 후보를 정하는 데 있어서 확실한 가이드 라인을 규정해주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인 아티스트의 동기부여는 물론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에서 좋은 변화점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