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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정신병동 봉사하면서..

정신병동 봉사활동을 시작한지 몇 달이 되어서야 나에게 경계를 푼 남자 중학생 하나가 있다. 그 아이가 입원한 계기는 분노 조절이다. 병동 안에서도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마찰을 일으키는 대상에게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앞뒤 보지 않고 달려드는 아이다. 많은 경우에 1주일 사이에 얼굴이나 팔에 상처를 만들어내는 녀석이다. 그 상처들을 볼때마다 난 인내심의 '인'자도 모르는 주제에 싸움엔 참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중학교 2학년짜리를 다독여줬다. 


분노조절에는 미숙하고 처음엔 은근슬쩍 내 눈치만 살살봐오던 아이가 언제부터는 내가 병동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달려와줘 손잡아주면서 반겨주는 아이가 됐다. 
그런 그 아이가 2주전에 퇴원을 했다. 퇴원하면 먹고 싶은 음식을 다 먹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도, 그 애는 딱 바깥 생활 1주일만에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역설적인 단어 '반가운 헤어짐'이 지배하는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은 걱정과 우려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재입원이라하면 환우들, 특히 청소년 아이들에게는 재앙과 같음에도 다행히 그 아이는 그리 우울해보이지 않아, 조심스레 밖에서 무슨 사고쳤다고 가벼운 농담을 섞어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에도 가벼운 웃음이 혼탁하게 섞였지만 정작 충격 한 덩어리가 내 머리를 때렸다. 그 이야기인 즉슨, 퇴원 딱 1주일되는 날 부모님과 같이 길을 가다 찻길로 몸을 던져 자살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조그만 놈의 입에서 '자살을 하려고'라는 말을 듣는다는 건 상상속에서도 어색한 모양인데도 말이다. 그 일 이후 당연히 부모님은 다시 입원시킬 수밖에 없었고, 그 아이는 살기 위해 다시 괴로운 그곳으로 돌아왔다.


이 사건은 상당히 날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제 봉사를 계속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많은 이야기와 사람들이 날 붙잡고 있다.



아이엠샘에 실린 Beatles 커버곡 'Two of us'

미국 내에서 다운증후군 등 정신 장애인들 사이에서 비틀즈가 유난히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착안한 것이 아이엠샘의 주인공 샘이다. 샘은 편집증처럼 비틀즈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면서 동시에 집착도 어마어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