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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Despacito'의 성공과 푸에르토리코의 실패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뷰는 28억 7천만입니다. 그리고 뒤를 쫓는 위즈 칼리파의 'See You Again'가 1위와의 간격을 3천 만으로 좁혔습니다. 다른 후보들이 1위를 맹추격하는 가운데, 하루 평균 1300만 뷰를 기록하면서 누적 22억 뷰를 달성한 뮤직비디오가 있습니다. 바로 루이스 폰시의 'Despacito'입니다. 중남미 라틴 문화권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를 거둔 걸로 끝나지 않고 북미 그리고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음악차트에서 누비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입니다.

'Despacito'가 주목 받는 건 음악이 가진 마이너한 문화적 지형입니다. 노래를 들으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스페인어 가사라는 점입니다. 루이스 폰시와 협업한 대디 양키는 카리브해의 푸에르토리코 출생입니다. 어린 시절 수도인 산 호세에서 자라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와 다녔습니다. 가수로 데뷔한 그는 미국 감성에 어울리는 곡을 부르지 않고 스페인어를 통해 고향의 흥과 감성을 담은 곡을 발표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일까요, 그의 음악 커리어의 대중적 인기는 히스패닉 문화권 안에서만 유효하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는 1998년에 첫 앨범 <Comenzaré>을 발표한 후,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뚜렷한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라틴 빌보드 차트에서나 그의 존재감이 드러났고, 2009년에 라틴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곡'상을 수상할 뿐이었죠. 빌보드 지에선 2009년에 그를 "'라틴 음악'의 새로운 리더"라고만 칭하는 데 그쳤기도 합니다. 그가 라틴음악을 가지고 미국본토나 주류 음악 시장에 그리 큰 파장을 던진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말이죠.

그러나 2017년 1월에 공개된 'Despacito'는 달랐습니다. 레게톤을 기반으로 한 팝으로 라틴이라는 유리천장은 박살이 났습니다. 사실 2017년 전까지 음악 역사를 헤집어보면, 스페인어 곡으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곡은 2개뿐이라고 알려졌습니다. 1987년 로스 로보스의 'La Bamba' 그리고 1996년 로스 델 리오의 'Macarena'가 있습니다.
21년이 걸렸습니다. 1996년에 로스 델 리오의 'Macarena'가 음악 차트 1위를 차지한 후 스페인어 노래가 1위를 달성하는 데 말이죠. 하지만 다른 두 스페인어 곡 이야기를 알면 'Despacito'가 더 돋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Macarena'는 1992년에 원곡이 공개됐습니다. 이때 스페인어로 된 원곡은 스페인에서 차트 1위를 석권하고 이어 콜롬비아, 멕시코 등 히스패닉 문화권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인근 푸에르토리코에까지 건너갔고 그곳을 크루즈 타고 많이 오가는 미 본토의 시민과 라틴계 이주민들이 'Macarena'를 접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미국까지 천천히 인기를 확장했고, 1996년에서야 영어로 된 버전, 그러니까 베이사이드 보이즈(The Bayside Boys)가 영어로 된 리믹스 버전을 내놓습니다.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로 불린 'Macarena'가 1996년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고, 이 곡이 14주동안 1위 자리에 앉게 됩니다.
또 다른 곡 'La Bamba'는 외부효과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곡은 동명의 영화가 큰 인기를 끌고, 테마 곡이 덩달아 인기를 끌게 된 케이스입니다. 게다가 음악은 멕시코 민속음악에 기원을 둔 것임에도 미국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로큰롤식으로 편곡된 버전이기도 합니다. 멕시코 베라크루스 지역의 결혼식에서 불리는 원곡과 비교해보면 큰 이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페인어로 불렸지만 라틴계 음악이라는 점이 대두되지 못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Despacito'가 라틴계 음악으로 빌보드 1위를 기록한 건 미증유(未曾有)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으로 순수하게 라틴의 정신을 담고 라틴 음악의 방법론을 이용해 미본토는 물론이고 전세계를 신나게 만든 곡이니까 말이죠. 뮤직비디오는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 호세를 배경으로 했고, 음악은 요즘 대세 장르라고 할 수 있는 힙합이나 일렉트로닉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이 순수한 라틴 음악입니다.
'Despacito'라는 라틴 음악이 뜨자, 이미 4개를 차트 1위를 기록한 저스틴 비버가 퓨쳐링으로 곡에 참여했고, 대세 일렉트로닉 음악 프로젝트 팀 메이저 레이저도 달려들어 어울릴 거 같지 않은 라틴음악을 전자음악을 곁들어 리믹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음악가와 곡이 미국 본토를 뒤흔드는 와중에, 푸에르토리코도 뉴스에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는 지난 6월 11일에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을 위한 주민 투표가 있었습니다. 반대파의 방해로 투표율은 저조했지만, 90% 이상이 미국 본토로 귀속되기를 원했습니다. 같은 주제로 진행된 첫 주민투표도 아니었습니다. 푸에르토리코는 1967년부터 같은 이유로 4번의 주민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그만큼 미국으로 편입되는 것이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의 열렬한 희망이고 중요한 이슈기도 한 것이지요.
현재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입니다. 군사적, 제도적으로 미국에 부분적으로 종속되었을 뿐 엄밀히 말하면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이 아닙니다. 미 대선 투표권도 없고, 연방 소득세를 내지도 않아 복지 혜택 같은 것도 없죠. '부유한 항구'라는 뜻을 가진 푸에르토리코는 현재 국가 경제가 상당히 비관적입니다. 미국에 절대 의존했던 산업은 푸에르트리코를 살만한 나라로 만들어줬지만 1990년대 미국의 특혜혜택 법안이 사라지고 푸에르토리코 내에 있던 기업들이 다 미국으로 빠져나가며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젊은이들도 생계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고령화가 크게 진행돼 불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으로 더 빠져들었습니다. 이제 인구 절반이 빈곤층으로 전락했습니다. 2015년에 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났고 같은 해에 국가 부도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재정적 경제적 파탄 속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는 냉담합니다. '미국만 잘 살기'에 열중한 트럼프 대통령이 51번째 주로 맞아서 푸에르토리코의 막대한 부채를 선심쓰듯 갚아줄리 만무합니다. 미국 사람들의 심리도 부정적입니다. 미국과는 많이 다른 문화권에다가 스페인어를 쓰는 지역을 51번째 주로 받아들이는 것이 불편한 것이죠. 

푸에르토리코의 위기와 루이스 폰시의 음악사에 역사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대조적입니다. 폰시는 미국적이지 않은 음악으로 미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듯한 모양이죠. 그러나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적인 면모가 부족해 미국으로의 편입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한쪽의 비극과 다른 한쪽의 희극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한쪽은 국제적으로 다른 한쪽은 음악적으로 당분간 주목해야 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