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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리뷰] Imagine Dragons <Evolve>




 이매진 드래곤스는 빌보드 차트에서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록 씬의 거의 마지막 보루이자, 얼터너티브 황혼기를 밝게 빛내고 있는 주인공이다. 일상에서 록 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 시대에서 여전히 록 음악이 필요한 영화나 게임같은 분야에서 록 음악은 여전히 구애를 받고 있다. 그 덕에 이매진 드래곤스는 다양한 콘텐츠에 스며들 수 있었던 기회가 많았다. 잦은 노출과 소개 덕에 그들은 취향과 실력을 떠나 이름값 하나론 세계적인 밴드의 반열에 올랐다. 

전세계 음악 시장에서는 여전히 록에 대한 수요가 잔존해있다. 이는 새로운 록 음악에 대한 수요를 남겨뒀고, 그 대상은 단연 이매진 드래곤스였다. 다른 선택지가 없을 뿐더러, 특정 포맷이나 분위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며 젊은 감각을 내뿜는 이매진 드래곤스의 이미지 때문에 단연 록의 아이콘으로 대두됐다. 미필적으로 이매진 드래곤스에게 록 음악의 수요가 몰렸고, 그들의 음원 성적은 대개 준수할 수 있었다. 이는 결코 이매진 드래곤스에 대한 단순 폄하는 아니다. 음악 시장의 판도라는 외부 요인만을 따졌을 때 그들이 얻은 큰 수확을 지적할 뿐이다.

큰북을 상징으로 큼직큼직하고 웅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그들이 이제 3번째 정규 앨범을 선보였다. 먼저 <Evolve>라는 앨범 타이틀은 액면가 그대로 다소 아쉽다. 이매진 드래곤스의 의도가 너무 명백히 보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음악보다 더 진보하고 변모하겠다는 진부하고 뻔한 의중이다. 어떤 화자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내고 막상 본론이 평이하면 이는 대개 좋은 스토리텔링이라 평가되지 못한다. 오히려 의도가 일견 애매모호하고 직관으로 알아차릴 수 없어 궁금증을 유발하는 도입을 던지고 나서야 본론이 담백할 때, 사람들은 대개 비판하지 않는다. 소녀였던 박지윤이 '성인식'이라는 선언에 걸맞지 않게 퍼포먼스가 무난했으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매진 드래곤스는 후자인가 전자인가. 이매진 드래곤스의 3집 'Evolve'는 충분히 진화된 음악을 보여줬는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전자다. 'Evolve'라는 표상에 걸맞는 음악을 기대하고 1번 트랙을 재생했다. 굉장히 다른 음악을 기대했다. 달라진 것은 있다. 'I Don't Know Why', 'Walking The Wire', 'Thunder' 같은 트랙에서는 전자드럼과 신디사이저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믹싱에서도 일렉트로닉 음악의 문법을 적극 채용했다. 그러나 '진화'라는 단어가 어울리는가. 다른 신스팝과 록 기반의 일렉트로닉과 진배 없다. 남들 다 해오던 걸 지금하는 셈이다. 보수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매진 드래곤스라는 작은 차원에선 '진화'가 어울릴 수 있지만, 록에 있어서 '진화'는 어림없다. 그나마 일렉트로닉 요소가 가미되지 않는 나머지 곡들에선 진화나 진보라고 칭할 구석이 전혀 없다. 어느 곡을 1집이나 2집 중간에 슬쩍 끼워넣는다해도 이질감이 없는 전형적인 이매진 드래곤스 음악이다. 

정리하자면 이매진 드래곤스가 불과 2장의 앨범을 낸 아직 젊은 밴드임에도 저명한 이름값은 외부경제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이 이매진 드래곤스가 발거둥치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지도 않고 록 팬들의 관심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걸론 마지막이다. 다음 앨범에서 용을 상상하는 것처럼 음악팬들의 직관에 간지럼을 태우지 못한다면, 그들마저 빌보드 차트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게 건강한 음악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