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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레스터 시티를 응원하며




<축구 자본주의>라는 책이 출간됐다. 내용인즉슨 축구판에서도 결국 구단이 가진 돈이 팀의 리그 성적과 직결되며, '부익부빈익빈'이라는 우리 사회의 냉혹한 현실이 대형 리그는 물론이고 군소 리그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돈이면 다 된다'는 뻔한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는 책이다. 물론 이는 누구나 그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말이다. 말할 것도 없이 2004년 첼시, 2008년 맨체스터 시티가 돈으로 성공가도를 보여주머 축구계에서 머니파워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리그 우승권은커녕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조차 힘들었던 팀들이 돈깨나 있는 구단주를 맞이한다면, 리그를 주름잡는 팀이 되고 리그 우승까지도 가능했던 게 축구판이었다. 돈이면 된다. 

하지만 이런 축구 자본주의에 반기를 드는 팀이 등장했고, 레스터 시티는 당장 이 책을 불쏘시개로 만들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다.


작년만 해도 레스터 시티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지난 기적 같은 시즌 말 연승으로 겨우 강등을 피했던 약팀 레스터 시티의 구단주는 새로 부임한 라니에리 감독에게 "강등만 피하게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팀의 스쿼드를 보기만 해도 작년에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한 것 자체도 기적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 시작 전, 이 팀의 우승 확률엔 5000분의 1이라는 배당금이 걸렸다. 1000원을 걸면 5백만원을 받는 정도. 그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 팀 구성원 전체 연봉 합친 것이 맨시티의 케빈 데 브루잉 한 명의 연봉이랑 같았으니까. 더욱이 라니에리 감독도 1부 리그 우승경험이 없으며, 강등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함부로 내줄 수 없는 감독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팀에는 작년 시즌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캄비아소도 떠난 상태였다. 팀은 연패가도를 달리며 꼴등으로 강등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 이 팀은 이런 예상을 비웃으며 보란듯이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소위 전통의 강호팀을 만나도 수비축구나 뻥축구라는 단순한 전술에 매달리지도 않는다.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축구를 통해 프리미어리그를 정복하고 있다. 라니에리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돈이면 뭐든 다 되는 세상에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싶다."
(리버풀이 우승하지 못한다는 전제하에) 나는 이 팀의 우승을 응원한다. 축구판은 우리 현실보다 조금은 더 낭만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었음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이런 마음이 축구를 보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