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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아듀 음악대장~



 음악대장이 10연승을 눈 앞에 두고 자리를 내려왔다. 내려왔다고 하는 건, 새 가왕에겐 실례가 되는 말이지만, 이 상황에 매우 적확한 단어가 아닐까. 6월부터 시작되는 국카스텐 전국 투어와 프랑스 일정을 앞두고 음악대장이 말했듯 복면가왕 준비로 그는 작업실에 꼼짝 없이 살 수만은 없었다. 우리가 즐겨온 음악대장의 20주 각각의 무대들은 그에겐 족쇄였고 스트레스였다. 그에게 끝도 없이 매번 새롭고 놀라운 무대를 기대하는 건 점점 잔인한 일이 되어버린 셈이다. 가왕 자진하차도 전례가 없었고, 프로그램에 새로운 규칙을 더해 명예의 전당에 그를 추대하고 합의 하차하자는 모습도 그림이 이상했다. 누구도 그를 끌어내릴 실력자가 없다는 잠재적 합의가 내려진 상황은 음악대장을 딜레마에 빠뜨렸다. 음악대장은 결국 10연승 도전 무대에서 경쟁력 다소 떨어지는 곡을 들고 나왔고, 나는 이를 가왕이 스스로 자리를 걸어 내려왔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쯤되면 이제 궁금해진다. 음악대장의 모습이 하현우라는 사람의 자아를 감추는 페르소나인지, 아니면 지금껏 국카스텐이라는 페르소나 속에 음악대장으로 대변되는 본성을 감춰왔던 것인지 말이다. 누가 정말 본연의 하현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국카스텐의 음악은 사랑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복면가왕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가 밝혔듯 식당 아주머니의 한마디(왜 나가수 이후로 활동이 뜸하냐?)는 열심히 활동해왔던 국카스텐이 대중의 여전히 관심 밖에 있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자백한 셈이었다. 국카스텐의 음악은 열에 열 명이 다 좋아할 음악은 아니다. 그래서 가창력으로, 편곡으로, 전국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나가수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잠재력이 남아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음을 그는 복면가왕을 기회로 작정하고 나온 것일까. 그도 자신의 실력과 역량을 만천하에 뽐내고 싶은 야망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


무엇이 진짜 페르소나였느냐에 질문은 차치하자. 어쨌든 이제 음악대장은 사라졌다. 그는 이제 국카스텐의 이름 아래에서 활동한다. 이미 전국 투어는 뜨거운 예매 전쟁이 끝났고, 곧 콘서트 일정은 시작된다. 복면가왕에서의 활동이 이번 매진 행렬에 도움을 직간접적으로 주지 않았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콘서트를 찾아가는 많은 관객들은 무대에서 음악대장의 곡을 듣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여기서 그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국카스텐의 이름을 달고 뛰는 콘서트에서 음악대장의 페르소나의 실현을 대놓고 할 수는 없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음악대장의 곡을 1~2개 부를 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엄격하게 국카스텐의 페르소나를 실현해야 하는 자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하현우가 음악대장의 추억을 자극하는 무대를 꾸릴 수록, 팬들이 음악대장을 부르짖을 때 국카스텐의 정체성은 희미해질 것이다. 결국 음악대장의 페르소나는 앞으로 만나기 힘들 것이다. 음악대장이 그리운 이유는 바로 이 불가역성에 있다.


나는 모든 독재는 싫고,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악대장의 독재만은 반가웠고 즐거웠다. 국익(?)을 위해 1년 정도는 경이로운 무대를 보여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건 나의 과감한 욕심이었다. 허나 절대로 그 모습은 음악대장의 욕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복면가왕을 시청하게 해주고 일요일을 기다리게 만들어준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