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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2016 오바마리스트; 미국 대통령이 추천하는 음악 리스트 이야기


0. 대통령이 선물하는 음악 리스트


 사람들은 쉬이 다른 누군가가 뽑아놓은 음악 선곡표를 좋아합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흔히 음악PD라는 명목으로 이용자들의 선곡 리스트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노래방에 가서 업체가 뽑아놓은 메들리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음악 리스트 선물은 가까운 사람일 수록 반갑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2015년에 이어 올 여름 매사추세츠에서의 휴가를 맞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리스트를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두 리스트 중 하나는 낮에 듣기 좋은 19곡, 다른 하나는 밤에 듣기 좋은 20곡입니다.

또한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도 지난 10월 세계 소녀의 날을 맞아 소녀들이 들었으면 하는 곡을 뽑아 리스트를 공개한 일이 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역시 곡 공개는 있었습니다. 오바마 부부는 음악을 적극 활용해 소통을 추구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그들이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지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1. 다양성


 미국이란 나라가 가진 음악적 다양성과 그 다양성만큼 어마어마한 역량이 담겼습니다. 지역은 물론 그 장르의 다양성까지 반영된 리스트입니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프린스의 곡,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비치보이스, 중부 지방의 정서를 담은 포크의 전설 밥 딜런, 힙합의 아이콘인 제이지, 게다가 비 영어권 가수이자 리우 올림픽 개막식 무대에 오른 카에타누 벨로주까지 담겨있습니다. 시대별 다양성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60~80년대 공개된 곡부터 최근 인기를 끈 곡까지 다양합니다.

그래서 오바마리스트는 그 자체로 미국이란 국가의 자부심을 발현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아는 히트곡만이 담긴 것도 아니고, 누구나 알 만한 아티스트의 곡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곡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다양하고 쩌는 아티스트와 수많은 곡들이 있다!"를 39개의 곡 리스트로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또 어디있을까요. 대통령으로써 이렇게 한푼 들어가지 않고, 잡음 일으키지 않고, 누구도 불편하지 않게 자랑할 수 있는 일이 어디있을까요.



2. 정치적 의도


다음 대선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오바마의 정치 행보를 본다면 이런 리스트 공개에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성을 담았다는 점은 반대로 넓디넓은 영토에서 다양한 뿌리와 기원을 가진 장르 음악이 하나의 리스트에 다 녹아들 수 있게 신경을 썼다고 분석할 여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대중문화를 통한 소프트한 접근법은 정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시도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그의 음악 리스트 공개가 다분히 정치적일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건 그가 여태까지 보여준 음악적 면모들이겠죠. 가령 사우스 캐롤라이나 총기 사건 후, 추도식에서 돌연 'Amazing Grace'를 부른 모습도 있고 2012년엔 뉴욕 모금 행사에서 'Let's Stay Together'를 부른 적도 있습니다. 미셸 오바마의 음악적인 이벤트도 여럿 있음은 많은 뉴스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오바마의 음악 리스트를 또 하나의 정치라고 환원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요.



3. 소통


 여차저차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리스트가 가지는 의의는 단연 소통입니다. 리스트는 조금 들여다보면, 단순히 39개의 곡만 담긴 게 아니라, 국가원수가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직접 소개하는 적극성, '그렇게 바쁘면서도 우리처럼 노래를 듣는구나'와 같은 사소하지만 일상적인 동질감 역시 녹아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노래는 볼 수 없습니다. 그저 대통령은 임명직이나 선출직에 사람 추천만 하고 있을 따름이니까요.

소통은 특별한 방식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사소하고 느닷없는 방식으로도 가능할 따름입니다. 이런 소통이 현재진행형인 미국에 대한 부러움의 마음을 보냅니다.


아래는 추천곡 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