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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2015 한국대중음악상의 주인공 로로스(Loro's)




나는 사실 로로스라는 밴드를 알지 못했다. 어쩌면 흘러가는 풍문에 그 세 글자를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음악이 어떻더라하는 등의 이야기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국내에선 그래도 그래미어워드의 역할을 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이 발표되자마자 '뭐야 얘넨?'이라는 반응이 나왔었다. 로로스라는 밴드가 올해의 앨범과 모던록 최우수 앨범상을 석권했던 것이다. 처음엔 낯섦이 가득했지만 홈페이지에 올라온 선정위원 이경준님의 코멘트를 보고 나니 한 번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로로스 [W.A.N.D.Y]

로로스의 [W.A.N.D.Y]는 2014년 한국 록 음악이 거둔 최고의 성취다. 우선 사운드 측면에서 그렇다. [W.A.N.D.Y]는 1집 [Pax]가 제시했던 포스트 록의 절경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포스트 브릿팝을 거쳐 프로그레시브 록에 이르기까지 그 외연을 한껏 넓혔고, 그 과정에서도 ‘과욕에서 비롯된 난삽함’으로 빠지지 않는 영리함을 보여주었다. 다음으론, 질감과 메시지 측면에서 그렇다. 소리의 결은 전 음반보다 훨씬 보드랍고 따뜻하고, 그 안에는 멤버들이 말하고자 한 바가 조심스레 들어있다. 그것은 우주(‘U’)로, 춤(‘춤을 추자’)으로, 욕망(‘Babel’)으로, 지금은 사라진 어느 레이스 영웅의 모습(‘Senna’)으로 표상된다. 모두 각기 다른 일화들이지만, 그 안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가 담겼다. 그래서 ‘너의 이야기’를 듣고자 시작했던 이 여정은 이내,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고백의 시간으로 바뀌고야 만다. 그곳에선 사람과 사람이 접촉하고, 천체가 세계를 향해 말하며, 심지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도 이루어진다. ‘나도’, ‘당신도’, ‘우리도’ 그 안에선 쉽게 죽지 않는다. 개별성과 보편성 사이를 파고드는 신비한 체험. 그것은 예술을 통해서만, 그것도 좋은 예술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이다. 로로스의 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그렇듯, 그 여행은 “눈앞에 펼쳐진 단 한 줄의 기적”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기적을 만들어준 밴드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상은 그에 대한 작은 답례다.

- 선정위원 이경준


그리곤 유튜브로 바로 달려가 음악을 재생했다.

U라는 곡의 뮤비격되는 영상이었다.



현악기가 곡 초반에 두드러진다. 그리곤 다시 조화의 저너머로 사라진다. 곡 전체에서 모든 악기들이 한 번에 이뤄지는 뻔한 클라이막스 같은 건 없다. 오히려 특정한 악기 파트의 공백이 곡의 쓸쓸함을 배가 시키면서 서정감을 증폭한다. 그럼에도 곡이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건 수많은 대중음악이 채택하는 ABAB 구성을 탈피해 마치 클래식 음악처럼 예측할 수 없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가사가 그렇게 많지도 않음에도 곡의 흐름은 마치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 듯하고 마지막의 영상이 밤이 되면서 곡은 결말에서 절정에 치닫을 때는 로로스가 이 노래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카타르시스가 온전히 전해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멤버 도재명은 눈물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곤 '괴로운 밤 우린 꿈을 꾸네란 노래가사처럼 음악으로서 세상의 괴로움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란 소감을 남겼다. 나에게 평생을 두고 들어볼 밴드 하나를 알게 된 거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