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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리화가, 수지는 도리어 욕을 먹어야만 할까?


한복입은 수지



 도리화가가 개봉하면서, 아니 정확히는 개봉하기 전부터 수지의 연기력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이제는 연기하고 싶으면, 아이돌로 데뷔해야 한다' 같은 비아냥은 수지를 조명한 기사 댓글란에 항상 있었고, '연기자' 수지는 대중 사이에서 존중받지 못했다. 심지어 수지 같은 실력 없는 배우를 영화계가 기회를 주기보다 조그마한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연기자의 꿈을 잃어가는 이름 없는 배우들을 적극 기용하라며 영화계를 강하게 질타하는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도리화가> 인터뷰 중, 배역에 대한 질문에 말실수로 잘못 대답한 사건은 수지가 자기 역할조차 숙지하지도 않고 연기한다며 진지하게 임하고 있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붉어져 나왔다. 수지는 영화 주연이 됐다는 사실하나로 미운털이 박혔다.


 이름값을 막론하고 수지보다 연기를 잘하고, 판소리도 잘할 수 있는 배우는 꽤나 많을 것이다. 수지는 이제 갓 2편의 영화를 찍었고, 3편의 드라마에서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한 견습 배우로 비춰질 수 있다. <드림하이>에서 출연할 당시에도 지금처럼 수지의 연기 논란은 존재했다. 하지만 <드림하이>는 사실 수지의 배우로써의 첫 작품이었다. 처음부터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첫 데뷔작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여준 걸 가지고 '연기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건 가혹하다. 그런 신고식을 거친 수지는 <건축학개론>에서 보란듯이 관객에게 첫사랑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전달해 '국민 첫사랑'이 되었다. 4백 만 명이 건축학개론을 봤고,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수지의 연기력에 대해선 왈가불가하는 걸 들어본 적 없었다. 다들 영화에 심취해 '선배랑 수지가 잤을까'라든가,  '수지가 쌍년이 맞는가'를 논쟁하기 바빴을 뿐이다. 수지는 이 영화 속에서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이라는 쟁쟁한 배우와 견줄 법한 좋은 배우로 거듭났다. 수지는 성장하고 있다.


 수상 경력이 수지의 연기력과 일대일 치환이 되는 건 아니지만, 수지는 혹평을 받았던 <드림하이>로 KBS 연기대상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건축학개론>을 통해서도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 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을 거머쥐었다. 특히 청룡영화상은 가요계를 조금 경시하는 영화계가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 상을 줬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지는 <구가의서>로 MBC 연기대상 등 4개의 상을 수상했다. 객관적으로 인정할만한 증거가 버젓이 있는 가운데, 함부로 수지의 연기력을 비판한다는 건 성급한 발언이 아닐까.


 수지가 배우들의 밥그릇을 뺏어 먹었다는 주장도 시원하기만 한 돌직구는 아니다. 수지는 이경영처럼 충무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화 대부분에 출연하면서 많은 배우들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도 아니다. 2011년부터 5년 동안 고작 5개의 작품만 나왔을 뿐이다. 그리고 수지 '밥그릇 탈취설'은 영화사의 입장에서도 황당한 소리다. 영화사는 영화 제작에 앞서 영화의 흥행을 어느 정도까지 기대하고, 기대 수익을 설정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건 아무래도 주연 배우를 고르는 일이다. 연기력이 끝내주지만, 다소 인지도가 부족한 배우를 가져다 쓴다면, '무조건' 손익분기점을 넘겨 대박을 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다. 한번 스스로가 감독이 되어보자. 제작사의 금전적 압박 아래에서 내 필모그래피에 큰 오점이 될 수 있는 <도리화가>의 감독이 되었을 때, 누구에게 주연을 맡길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과, 평범한 관객이 되어 지나가는 말로 '내가 감독이라면 수지 안 쓰고 OO을 썼겠다'라고 생각하는 일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종필 감독은 분명히 대중에게 알려졌으며, 노래를 괜찮게 부를 수 있으며, 출연 자체로 어느 정도 관객수가 보장된 배우를 생각했을 테고, 종합적으로 봤을 때 수지라는 좋은 카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최선의 선택이 됐던 것이다. 


 비록 <도리화가>가 연출 측면에서 미숙해 혹평을 받고 있지만, 수지의 연기력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비해서,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정도다. 수지의 연기력 논란은 어쩌면, 대중의 과도한 관심 속에서 피어난 질투와 맥을 같이 하는 비판이 아닐까. 물론 그 비판이 불필요한 비판은 아니다. 100명의 관객이 있다면 100가지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비판도 '배우' 수지는 감내해야 한다. '국민의 첫사랑'이나 '아이돌 겸 배우'라는 타이틀이 대중의 어떤 목소리는 듣지 않아도 되는 특권있는 자리를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