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점점 고조되는 곡 소개(곡 전체에 크레센도를 딱!)

 고전음악에서 소나타 형식이 자리를 잡은 뒤 지금 현대까지 그 소나타 형식은 도입-절정-도입-절정-브릿지-절정으로 발전해 지금 대다수의 대중음악들도 이런 형식을 취한다. 말 그대로 가장 익숙한 형식이면서 무난하고 작곡가의 역량을 가장 쉽게 보여주는 방법인 것은 물론이고 가수의 퍼포먼스함에 있어서도 익숙하고 대중에게도 가장 친숙하기 때문에 모두가 윈윈하는 좋은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는 벌써 사랑 타령이 대중음악의 주된 주제라는 점에서 피곤함을 느끼는 것처럼 이 형식에도 싫증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소개하고 싶은 것은 ABABB라는 구성법보다 AAAAAAAA 처럼 하나의 곡을 통틀어서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곡이다. 곡 전체에 마치 크레센도 마크를 박아놓은 듯한 곡들은, 시작은 조용하고 잔잔하지만 끝으로 치닫을 수록 점점 그 곡의 폭과 깊이가 깊어진다.



1.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보다 느리게 녹음된 영화 '킹스스피치' OST다. 영화 속에서는 조지국왕이 말더듬음을 치료 후 국민들에게 세계2차대전에 참전함을 알리는 연설 중에 삽입됐다. 본래 알레그레토로 작곡된 악장이지만 영화에 더 어울리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느린 템포로 곡을 변경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곡을 더 극적으로 들릴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5분짜리 이 곡은 저음현악기들로 막을 열면서, 점차 고음현악기들이 가세하면서 곡의 긴장감을 서서히 끌어올린다. 클라리넷도 합류하게 되면서 곡은 최고조를 찍으면서 끝난다. 



2. 영화 '28일 후' OST, In the House, In a Heartbeat by John Murphy


 영화팬들에게 이미 유명하고, 좀비 영화팬들이라면 바이블이 될만한 영화 28일 후 시리즈에 삽입된 배경음악이다. 주로 영화 속에서 서서히 좀비의 포위망 속에서 죽음의 늪으로 빠지는 사람들을 보여줄 때 사용된다. 영화 전체를 휩싸고 있는 아포칼립스 분위기에도 잘 녹아내린다. 이 곡은 여러 많은 곡에서 고조되는 긴장감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용됐고, 특히 영화 '킥애스'에서도 빅대디의 테마곡으로 편곡되어 사용된 적도 있다.

곡은 전자피아노와 멜로디와 전자기타의 스트로크로 시작된다. 그리곤 전자기타의 리프가 동일한 리프가 곡의 끝까지 반복된다. 하지만 이 무한 반복되는 리프가 지루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점차 절제된 드럼 비트와 베이스 가락이 더해지고, 나중엔 기타 하나가 더 거들면서 곡 사운드의 출력을 높여주면서 공간감을 더해주는 양념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담백한 밥같은 기타리프에 수많은 맛있는 식재료들이 가미되어 먹음직한 음식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구성이 비록 매우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어떻게 듣는 사람의 감정을 고조시키는가를 잘 이해한 존 머피의 훌륭한 명석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3. Sideways by Citizen Cope



 처음 시티즌 코프의 곡을 듣고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겸 네이버에 검색해보고 국내엔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점을 꺠닫고 여기에 같이 소개한다. 워싱턴 D.C. 출신이면서 얼터너티브 세션에 목소리로는 소울을 더하는 재밌는 뮤지션이다. 하지만 그네 동네에서는 산타나, 셰릴 크로, 에릭 클랩튼과 같이 작업을 할 정도로 뼈가 굵은 프로듀서이면서 송라이터다.

이 곡도 앞의 두 곡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곡에서 주로 곡의 클라이막스를 결정하는 보컬은 같은 보이스톤을 유지하며 클라이막스에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세션 악기들이 더해지면서 곡이 차츰 고조된다. 특히 신디사이저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에 산타나가 퓨쳐링한 버전도 있으니 들어보세요~ [링크]


4. Crying Lightning by Arctic Monkeys


 영국의 국민 밴드가 되어버린 악틱 몽키즈도 국민 밴드치곤 다양한 음악 플롯을 자랑한다. 크라잉 라이트닝은 그 중 대표격이라고 할수 있는 곡이다. 베이스의 디스토션된 저음이 강하게 강조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 곡에서 곡의 긴장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드럼이다. 맷 헬더스의 드럼은 여느 유명 밴드에서 1인분만 딱 해내며 존재감이 적은 것과 다르게 악틱 몽키즈의 음악색을 강하게 표출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맷 헬더스에 대한 좋은 분석글 링크]

위에서 언급한 대로 곡은 드럼 사운드의 질량과 더불어 고조감을 더해간다. 과장해서 말하면 알렉스 터너의 보컬과 맷 헬더스의 드럼이 곡의 긴장감에 더해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세션들 덕분에 곡이 완벽함으로 이를 수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5. Contact by Daft Punk 

 

2014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다프트펑크 최고의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에 수록된 곡 중 하나다. 워낙 킬링 트랙이 줄비한 앨범인 까닭에 빛을 덜 본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며, 목소리 하나 없이 다소 실험적인 곡이다. 초반구의 전개가 지나면 마치 우주에 있는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듯한 질주가 시작된다. 반복되는 비트 속에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이펙터의 한 줄기 소리가 인상적이다. 1분 20초간 쉼없이 내달리는 상승음은 앨범의 기승전결을 혼자서 'Contact' 한 곡으로 다 보여주겠다는 다프트펑크의 배짱인가 싶기도 하다. 


 각자마다 곡 전체 긴장감을 점점 상승시키는 묘사법은 다양하다. 우선 악기를 하나 둘 더해나가면서 곡을 풍성하게 하기도 하면서, 저음부터 시작해 서서히 고음부로 넘어가는 곡도 있으며, 어떤 곡은 하나의 악기 파트로 곡 하나를 다스리게끔 해서 곡 전체를 이끌어 올린다. 서스펜스를 이렇게 다스림으로써 청자들까지 다스리는 방법은 겁나게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