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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지오디(G.O.D)의 컴백과 그 의의







 1998년에 데뷔해서 2005년 정규 7집까지 대한민국에서 2세대 아이돌 그룹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지오디가 9년만에 돌아왔다. 비록 다섯 멤버가 각각 다른 곳과 다른 소속사 아래서 활동하고 있었지만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다시 뭉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싱글 '미운 오리 새끼'를 발매했고, 7월에는 잠실에서 데뷔 15주년 기념 콘서트도 계획했다. 그리고 반응은 어마어마하게 뜨거웠다. 9개의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찍었다. Awesome!


1. 아이돌의 컴백

 90년대 1세대 아이돌을 H.O.T나 젝스키스라고 할 수 있다면, 2세대는 지오디나 신화라 할 수 있다. 각자가 10대에게 인기를 끌 만한 컨셉을 잡았다. 다만 지오디의 자리는 반항아나 좀 노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아닌 착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으로 10대의 전유물이었던 아이돌이었지만, 지오디는 20대나 그 이상의 세대들에게도 널리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됐다. 또 댄스곡도 물론이고 쉬운 멜로디나 애절한 후렴구로 많은 국민들이 그들의 곡 하나하나를 따라부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보편적으로 공감을 이끌 수 있는 노래를 했다. 데뷔곡 '어머님께'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했고, '거짓말'에서 배신받은 사랑을 노래했고, '촛불하나'에서 힘들고 지치고 혼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로했다. 그렇게 그들은 친근하고 익숙한 그룹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느 다른 그룹처럼 소속사와의 관계나 멤버 각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해체의 수순을 밟았고, 그렇게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대중들에게 이따금씩 인사 한번씩 전하곤 했다. 그러다가 서로의 추억과 팬들의 기대에 대해 부응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이 비록 정규 앨범으로는 아니지만 그만한 의미를 가진 싱글을 들고 컴백했다.


2. 변하지 않은 음악

 미운오리새끼를 듣는 옛 지오디 팬들은 하나같이 옛날 그 음악 그대로라고 평가한다.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돌아와서 그랬던 걸까. 그들이 음악차트 1위를 찍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98년의 지오디 그대로 2014년에 있는 것 그 자체였다. '거짓말'에서의 나레이션처럼 윤계상의 도입으로 곡은 시작되고, 손호영의 부드러운 전개와 김태우의 시원하고 쫙 뻗어가는 클라이막스를 장식하고, 익숙한 다른 멤버들의 코러스도 여전하다. 데니의 익숙한 랩과 준형의 뚜거운 음색의 랩도 등장한다. 레파토리나 분위기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크게 인기를 끈 '길'과 '거짓말'의 멜로디와 가사만 바꿨을 뿐 그것들의 전개와 똑같다. '변하지 않음'이란 컨셉으로 무장했다.


3. 의의

 그들의 컴백은 유감스럽게 2014년 현재 가장 인기있는 EXO의 컴백과 겹쳤다. 하지만 오히려 EXO의 '중독'을 뛰어넘어 위풍당당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은  두드리는 전자음 속에 튠(tuned)된 목소리들이 오락가락하는 음악이 아이돌의 주된 레파토리다. 나른한 아침에 혹은 피곤한 밤에 집에서 틀어놓고 내 마음을 위로하기엔 다소 자극적이고 부담스러운 곡이다. 하지만 지오디는 예전부터 그랬듯 편안하고 따뜻한 보컬과 튀지 않는 세션을 보여준다. 어떤 실험적인 시도로 독특하고 개성있는 사운드 대신에 말 그대로 반주만 해준다. 그 위에서 감미로운 목소리 하나, 부드러운 목소리 하나, 간절한 목소리 하나 그리고 낮은 중저음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담백한 랩과 남성적인 고독한 랩으로 구성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비유가 딱 적당하지 않을까. 마치 인위적이고 톡톡 튀는 음악이 엑소나 요즘의 아이돌을 디지털이라 말할 수 있다면, 지오디는 아날로그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음악을 선보인다. 지오디는 디지털에 지친 대중에게 잠시 쉴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와서 복고로의 회기가 인기를 끄는 흐름 속에서 이들의 컴백은 맥이 같았다.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과거의 인기를 끌었던 대상들은 다시 지나간 시간만큼 늙은 그 당시 팬들에게 사랑받는데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지금의 아이돌도 10~20년이 지난 후에 이처럼 추억되는 대상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90년대를 추억하는 시기다. 지오디뿐만이 아니라 다른 컨텐츠가 좋은 적기에 등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지금 지오디의 음원차트 1위의 원인은 미운오리새끼의 음악적인 깊이나 멜로디의 감미로움이 아니라 추억 그것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절대로 지오디를 폄하하거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이뤄낸 업적에 대한 찬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정말로 대단하다.




지오디(g.o.d)의 그룹명은 'Groove Over Dose'다. 재밌는 건 EXO의 곡은 중독(Overdose)다. 그들은 중독 위에서 우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