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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사도 OST 속 무속 음악과 뒤주 안에 갇힌 국내 주류 음악

 

 

 

 

 

 

 지난 9월 25일에 '사도' OST가 공개되었습니다. '사도' OST가 영화 개봉이 있고 3주 뒤에 나올 때까지, 그동안 영화를 봤던 많은 팬들의 기대가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이유인즉슨,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가장 관객의 몰입을 돕고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끄는 무속 음악 때문이었습니다. 다들 자세한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고, 다들 알고 있는 구절인 '나무아비타불, 나무아비타불'만 흥얼거릴 뿐이었습니다. 누리꾼들은 혜경궁 홍씨가 저술한 <한중록>에 남아있는 구절을 참고해 그 노랫말이 사도세자가 정신병을 겪던 중에 즐겨 읽은 '옥추경'이라고만 추정할 뿐이었습니다. '옥추경'은 과거 소격서에서 도교식으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했던 도교 경전입니다.

 

앨범이 공개되고 이준익 감독의 말에 따르면, 주목받았던 곡은 옥추경, 망자해원경, 부모은중경, 조상경 등이 한 데 섞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도교와 불교 그리고 민속 신앙에 영향받은 무속 음악이었고, 내용은 조상, 형제 등의 일체 원혼을 달래는 경전이라고 합니다. 4음절의 리듬감이 오늘날에도 상당히 흥겹습니다. 극 중에서 맹인 박수무당으로 등장한 정해균 씨가 직접 창을 사사하여 촬영을 위해 불렀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사도'에 활용된 무속 음악이 화제가 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현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우리나라 음악 시장과 환경은 음악 다양성의 폭이 마치 우물이 아닌 뒤주 안 개구리'라고 할까요. 이 말은 더 일상적인 곳에서 풀어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해외 음악의 입지입니다. 팝 음악은 국내에서는 말할 필요 없는 서브 컬쳐입니다. 음원 차트에서 해외 음악은 그 당시 개봉한 해외 음악 영화가 아닌 이상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 팝 불모지에서도 유명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들이 쉽게 매진되는 사례를 보면, 서브 장르를 즐기는 우리 음악 팬들은 마냥 마이너 덕후라고 부르기도 애매합니다. 공중파 방송이나 주요 대중문화콘텐츠 채널을 통해 소식하나 들을 수 없는 비주류 음악이 견고한 마니아층을 보유했다는 현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긴 합니다. 이 현상을 두고 한국에선 팝 음악에 빠지긴 어렵지만, 일단 한번 빠지고 나면 그 음악적 충성심이 굉장히 강하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팝 음악의 인기가 많으면서도 많지 않은 아이러니는 그리 복잡한 데 원인이 있는 게 아닙니다. 한국 사람들이 

다양한 음악을 좋아할 자세는 되어 있으면서도, 다양한 음악을 접할 환경에 놓여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도'에 수록된 무속 음악이 사람들 흥미와 관심을 끄는 것도 비슷한 양상입니다. 우리가 언제 일상에서 음악 얘기를 할 때 무속 음악을 이야깃거리로 삼은 적이 있나요? 징과 꽹가리와 북을 신나게 두드리는 음원 발매를 기다린 적이 있나요? 평소 아예 관심도 없고,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종류의 음악을 영화에 삽입됐다는 이유로 금세 음악적 흡인력과 매력에 빠진 것을 보면 조금은 신기하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전통 음악이 없는 음악 우물 속에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에 전통 잔뜩 묻은 음악이 등장하니 많은 사람들이 만조상해원경을 흥얼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걸 더 나아가 확대해보자면, '사도'라는 영화가 계기가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그 자체로 리듬감과 흥이 가득한 (무속)전통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많은 분들이 '음악의 우물'에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돌이 부단히 춤추며 부르는 노래, TV에 등장하는 익숙한 얼굴이 재빠르게 읊어대는 음악도 좋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 (장르를 막론하고) 더 다양하고 풍성한 음악들이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팝 음악의 주가가 치솟으면 국내 아티스트들은 더 긴장할 것입니다. 그래서 팝에 밀리지 않기 위해 매력적인 작품을 위해 더 힘쓸 것입니다. 또, 무속 음악을 포함한 우리의 전통 음악에도 관심을 가진다는 건 어떨까요? K-POP에는 우리 악기와 정서가 가미된 더 한국적인 음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더욱 신선한 우리 음악을 선보일 기회기도 합니다.
사도를 통해 우리 음악이 인기를 끈 만큼 이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주류 음악에서도 재빠른 피드백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쇼미더머니에서 사물놀이를 근간으로 랩을 시도한다든지, 불후의 명곡에서 기존의 곡을 우리식으로 커버하는 모습이 나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