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케이팝스타 홍찬미에 대한 유희열과 박진영, 양현석의 대화와 한국 음악계




인터넷 서핑 중에 우연히 보게 된 클립 영상이었다. SBS K-Pop스타에서 한 출연자가 JYP, YG의 강한 혹평을 얻어맞고 유희열로부터 와일드 카드(두 심사위원과 상관없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갈 수 있는 카드)를 받아 겨우 다음 라운드에 나가게 되는 장면을 담았다.

단순하게 이 영상은 유희열의 음악성과 지향하는 바가 대충 이러이러하구나하고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짧은 클립엔 우리나라 음악계가 한눈에 잘 정리되어있다. K-Pop의 두 기둥이자, 홍찬미에게 불합격표를 던진 박진영과 양현석으로 대표되는 지배층. 그리고 그에 반해서 팬층이 그만큼 두껍지도 않지만 매니아층과 오랜 연식의 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유희열이 있다. 


먼저 큰 자본을 앞세워 우리나라 음악시장을 기형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만든 '갑'이다. 이들은 지난 수 년동안 자신들이 합숙과 훈련을 통해서 대중의 입맛에 맞는 그룹을 길러냈고, 그들은 지금 전세계로 진출해 K-Pop을 이끄는 선두주자가 되었다. 누군가 말하는 국위선양의 공신일 뿐만 아니라 외화벌이의 좋은 아티스트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거대한 영향력은 없지만, 오랜 시간동안 지향하는 음악성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팬을 모았고, 자신들의 음악 커리어만큼 연식있는 팬을 둔 유희열을 '을'이라 칭한다. 갑과는 어떤 갈등양상도 없고 음악 시장에서 서로의 영역을 호시탐탐 노리지도 않는다. 단순하게 경제적으로, 또는 팬층의 규모에서 갑보다 작은 을일 뿐이다. K-pop에서는 그럴만한 지분도 없고, 해외에서 명성도 없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영상 속에서 홍찬미는 박진영과 양현석에게 흠씬 두드려맞는다. 탈락의 낭떠러지 앞에서 마지막 심사위원 유희열의 심사평을 듣는데, 유희열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보이며, 차근차근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우선 양현석과 박진영이 지적한 것은, 음악의 하이라이트(클라이막스)가 없다는 점, 음악의 기승전결이 없다는 점, 음악이 지루하다, 음악이 질리기 쉽다 등 케이팝이 특징 삼은 것들에 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희열도 역시 그것들을 따라야한다고 평가하며 결국 냉정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따르지 말라고 한다. 그 케이팝에 반하는 대표적인 예로 루시드폴을 언급한다. 케이팝의 흐름에는 속하지 않지만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기 때문이다. 
유희열은 결국 자신의 추구하는 바가 뚜렷하고 비록 그것이 기존 케이팝스타들이 가진 그것과는 다르겠지만, 그 나름의 음악적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에 홍찬미를 다음 라운드로 보냈다. 와일드 카드를 집어선 후에도 박진영과 양현석의 반응은 '굳이 그렇게까지 홍찬미를 다음 라운드에 보낼 가치가 있는가?'다. 갑과 을의 가치관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 음악시장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과 을은 보이지 않게 대립하고 있다.

케이팝은 거대 자본 아래에 기획되고 분명한 목적을 가진 갑에 의해 이끌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성공가도와 케이팝의 흥행으로 그에 따른 결실이 주렁주렁 열렸고 누구도 이는 부정하기 힘들다. 수지타산의 측면에선 열매가 열렸지만 이게 음악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러한가? 이는 아니다.
여전히 인터넷을 가득 메운 케이팝 팬들이 있다. 하지만 서서히 그 케이팝에 질려가는 사람도 적잖이 늘어가고 있다. 양현석은 한 콘서트에서 홍찬미와 같은 심심한 노래를 20여곡 듣고 싶은 사람이 있겠느냐고 되물었지만, 나는 그에게 20년동안 케이팝스러운 곡을 듣는 건 어떠냐고 묻고 싶다. 지지부진한 후크송과, 화려한 조명에서 관중을 매혹시키는 고혹한 퍼포먼스, 개인의 사생활이 없어진 음악 아티스트, 공장처럼 찍어내고 판매하는 장사꾼식 매니지먼트. 이런 틀에 박힌 특징들은 결국 우리나라 음악시장을 획일화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희열은 심심한 노래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하며, 음악의 다양성을 표방한다. 어떤 음악도 귀하고 천하지 않으며, 심심하건 과격하건 그건 음악 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더 나은 케이팝은 좀 더 심심하거나 괴상망측 할지언정 다양한 양태로 우리 음악시장이 풍성하길 원한다. 그는 케이팝의 가지는 음악적 문제점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케이팝의 이젠 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심사평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분명히 갑의 입장인 JYP와 YG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어조도 강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홍찬미에 대한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조언으로 박진영과 양현석의 조언을 따르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고 있다. 둘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음악은 곧 케이팝스타에서 우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홍찬미는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따르면 결국 K-Pop 스타가 되진 못할 것이다. K-Pop스타가 가진 특성들을 그리 많이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실력있는 아티스트며, 자신만의 음악성이 있음은 누구도 알 수 있지만 동시에 K-Pop스타가 될 수 없음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건 결국 우리 음악시장이 가진 모순 때문이다. 이 모순 속에서 여러가지 의의를 둔 아티스트와 음악이 희생되고 있고, 데뷔부터 음악 시장에서 정답을 알고 있는 음악만이 군림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졌다. 음악에서 성공하고자한다면, 악기를 연마하고 자신만의 발성을 가다듬기보다 정해진 규격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최우선이다.
K-Pop이 지금 이대로의 흐름을 유지하는 건 좋은 시장으로 성공하는 점에선 걱정이 없지만, 좋은 음악을 해낸다는 점에선 큰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