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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게임리그와 BGM 이야기 : 롤드컵 결승에서의 이매진 드래곤스



0. 이매진 드래곤스 첫 내한공연

201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이매진 드래곤스가 최우수 록 퍼포먼스 상을 받았다. 2013년에 이매진 드래곤스는 ‘Radioactive’를 포함한 여러 곡을 항상 음원 차트에 제 안방마냥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았다. 오히려 그래미에서 다관왕이 아닌 점이 의아할 정도로 2013년은 그들의 해였다. 그렇게 덩치가 어마어마해진 밴드가 국내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내한공연이라는 타이틀을 가지지 않고 롤드컵, 그러니까 LOL 2014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의 축하공연을 위해서 내한했다. 일찍이 그들은 이미 롤을 위해서 ‘Warriors’라는 테마곡도 공개했다. 어쩌면 이매진 드래곤스라는 이름보다 롤이라는 게임을 위한 내한이었다. 이매진 드래곤스와 게임의 상관관계는 사실 위닝일레븐을 즐긴 사람에게는 ‘On the top of the world’를 통해 더 친숙할 것이다.



1. 게임과 록밴드 그 상관관계?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게임 리그에서는 유독 록 장르의 음악이 BGM이나 테마곡으로 사랑받았다. 묵직한 승부의 세계에서 록만큼 긴장감이라는 분위기 연출에 탁월한 장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13년 정도를 진행한 스타리그를 통해서 많은 록 음악이 소개되었다. 주로 경기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영상에서 사용되었다. 수 많은 팬들이 항상 스타리그를 지켜봤고 익숙함과 썩 훌륭한 록 음악은 스타리그를 보는 많은 팬들을 자연스럽게 사로잡았던 경우가 많았다. 8월에 있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내한하는 Boys like Girls의 ‘The great escape’를 2008년 박카스 스타리그 오프닝에 삽입되어 인지도를 높였고, 한 CF BGM으로 쓰일 수 있게 된 발판이 되었다. 이미 인지도가 상당했던 Linkin Park는 그들의 가장 큰 히트곡 Faint가 스타리그에 사용됨으로 인기가 점입가경에 오르기도 했다. My Chemical Romance의 ‘Welcome to Black Parade’도 결승전 영상에 사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곡이 누구며, 누가 불렀는가를 묻는 글이 많이 올라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Mika의 ‘Happy Ending’은 스타리그의 존폐로 위기에 겪고 있던 신한은행 스타리그 엔딩곡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각인되었고, 후에 구긴은행 CF에도 삽입되어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에게 친숙한 멜로디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스타리그에 삽입된 음악으로 해외 록 음악에 친숙해졌을 것이다.

2. 게임과 음악 산업의 연계

게임 시장과의 연계를 통한 록 음악의 대중화와 인기 지평의 확장은 평범한 아티스트들의 마케팅 접근법과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여준다. (순수하게 음악성만으로 성공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러긴 힘든 현실 속에서) 게임을 통해 인지도와 명성을 획득하는 것은 아티스트들에게 감히 추천해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이매진 드래곤즈의 경우는 이미 세계적인 밴드라고 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록 음악이 음악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면도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인지도를 쌓기 어려운 해외 록 밴드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큰 인기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테마곡을 통해 우리나라 부동의 인기 게임 1위를 달리는 롤이라는 게임과 손을 잡음으로써, 국내팬들에게 긍정적이고 친숙한 이미지를 각인시켰을 뿐만 아니라 곧 공식 내한 공연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우리가 비록 게임을 마약으로 취급하는 정부를 가진 나라지만, (드라마, 영화, 음악보다 더 큰 해외 수출 규모를 가진) 게임 산업을 통해서 음악 산업이 낙수효과를 누린다든지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도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런 일석이조의 기회를 음악 마케팅에서도 잘 잡길 바란다. 뜬금없지만, 이매진 드래곤스는 멋진 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