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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내한공연을 앞두고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퍼렐 윌리엄스 표절 이야기









국내에서도 CF를 비롯해 큰 인기를 끈 그 곡!




0. 갓퍼렐


 퍼렐 윌리엄스는 지난 두 해동안 전세계 팝시장의 본좌로 군림했습니다. 작년엔 자신의 곡 'Happy'를 통해서 신나는 후렴구를 누구나 흥얼거리게 만든 건 물론이고, 제작년에는 다프트펑크와의 협업으로 'Get Lucky'가 대박이나고, 로빈 시크와는 'Blurred Lines'으로 신나는 리듬을 선보였습니다. 상업적으로 성공했던 훌륭한 곡으로 보여준 퍼렐 윌리엄스의 송라이터로써의 면모로는 이미 세계 정상급의 지위를 차지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의 독특하지만 세련된 패션을 자랑하면서 대중의 눈도 즐겁게 하는 엔터테이너로의 지분도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잇단 표절 논란에 엮인 퍼렐 윌리엄스?


 2013년 그래미에서 5관왕을 석권한 다프트펑크, 그리고 그들의 대표곡이었던 'Get Lucky'는 퍼렐 윌리엄스와의 협업이었고 작곡 역시 퍼렐 윌리엄스가 깊이 관여한 곡입니다. 하지만 헬멧 두 형제가 팝시장을 흔들 때 한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표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유명한 기타리스트 잭킴의 'Robot Dance'에 너무나도 유사한 곡 흐름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슈퍼파워를 가졌던 까닭인지 유야무야 이 논란은 옥의 티 정도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퍼렐 윌리엄스가 직면한 표절 논란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로빈 시크와의 공동작곡한 곡이자 빌보드에서 1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Blurred Lines'이 마빈 게이의 ‘Got to Give It Up’을 표절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창작자인 잭 킴의 적극적인 대응이 없었기에 어물쩍 넘어갈 수 있었던 'Get Lucky' 건과는 달리 마빈 게이의 유족들은 표절과 관련된 법적 공방을 지금까지 이어왔습니다. 1년이 넘게 진행된 법적 공방 후에 지난 3월 11일에 드디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Blurred Lines’의 표절 사실을 인정하고, 이 곡을 만들고 부른 퍼렐 윌리엄스와 로빈 시크는 게이의 유족에게 730만달러(약 82억2000만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한 게 그 결과입니다. 한마디로 법원도 'Blurred Lines'를 표절했음을 선언한 것입니다. 재밌는 건 공식적으론 로빈 시크와 퍼렐 윌리엄스가 공동 작곡되었다고 명시되었지만, 법정에서는 로빈 시크가 판사에게 자신이 작곡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분과 명성에 숟가락을 얹으려 이름을 넣은 거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판결에 당사자인 퍼렐 윌리엄스 측에서는 "이런 판결들이 다른 시대의 창작품을 재해석하거나 오마쥬하는 많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찬물은 끼얹은 것"이라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추락하는 새는 날개가 없다..



2. 그럼에도 여전히 여론은 분열


 법원이 마빈 게이 유족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는 '표절이다, 아니다'로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두 곡이 직관적으로 비슷하냐의 여부, 장르의 특징상 비슷한 박자와 베이스 라인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는 주장, 그리고 법적으로 표절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명확한 기준의 부재까지 논란의 싹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법정은 표절이라 말했지만, 좀 섣부른 판단이었다며 여전히 퍼렐 윌리암스를 두둔하는 팬들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퍼렐 윌리엄스에겐 표절에 대한 모호성 때문에 면죄부를 주기는 약간 어렵지 않을까요? 아티스트가 창작을 하는 데 있어서 표절 시비가 있을 순 있지만 그것이 가장 전성기일 때 여러 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건 누구나에게 의문을 던져주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재능있고 훌륭한 작곡가라면 레퍼런스(참고)와 표절 사이의 줄타기를 잘 할 수 있어야하며, 결국 이런 표절 논란에 연류되지 않는 것 또한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연유로 저는 퍼렐 윌리엄스에게 좀 더 엄중한 대중과 언론의 피드백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그가 마빈 게이의 곡을 표절한 것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한다 하더라도 그 대가로 지불하는 730만 달러라는 돈이 퍼렐이 획득한 부나 명예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한 건 여전하니까요.

어디서는 'Happy'도 역시 가빈 게이의 곡을 베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잦은 표절 시비가 이어지지만 퍼렐 윌리엄스는 거뜬합니다. 음악가에겐 가장 불명예가 될 수 있는 '카피캣'이라는 별명이지만 퍼렐 윌리엄스가 쌓은 견고한 성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퍼렐 윌리엄스보다 한 세대 앞서 R&B와 소울에 한 획을 그었던 마빈 게이




3. '슈퍼파워' 퍼렐과 내한 공연


 국내엔 표절로 인해 크게 곤혹을 치룬 많은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로이킴이라던가, 지드래곤의 경우는 한 때 큰 비난과 대중의 뭇매를 맞으며 그들의 창창한 커리어에 잠깐 견제구를 던지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국내 음악팬들은 표절에 단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이런 본보기를 통해서 국내 음악인들은 창작에 대해 좀 더 신중해질 수 있었으며,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등 좋은 피드백을 가져다줬습니다. 하지만 퍼렐의 경우에는 그 정보 전달이 많이 이뤄지지 않는 거 같습니다. 특히 국내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퍼렐의 밝은 면만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해외음악계의 소식이 우리나라에서는 톱기사에 오르기 힘든 까닭이겠지요. 

퍼렐은 올해 8월에 내한공연까지 잡혀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미 국내 언론은 그의 표절 여부보다 콘서트 홍보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많은 음악팬들도 퍼렐 윌리엄스의 어두운 면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음악팬 각자의 잣대로 평가받은 '진짜' 퍼렐 윌리엄스가 무대에 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는다면 8월 내한 공연에서 누구나 당연히 '퍼렐 윌리엄스가 작곡했다고' 착각하고 있는 'Blurred Lines'가 무대에 오를 수도 있겠지요.




퍼렐 윌리엄스 내한 포스터





퍼렐 윌리엄스에게 21세기 팝의 본좌라는 이름표를 붙일 것인지, 아니면 교묘하게 남의 곡을 따와 부와 명성을 축적한 얌체라고 부를지는 사실 법원의 배심원도 판사도 아닙니다. 바로 음악을 즐기는 팬들에게 그 역할이 달렸습니다.  앞으로 퍼렐 윌리엄스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더 엄중한 잣대가 퍼렐 윌리엄스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