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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가사, 우리의 현실에도 인용할 수 있는가? 아티스트중에서 법원이 가장 많은 인용을 했던 주인공은 누굴까. 답은 어렵지 않다. 밥 딜런의 오랜 수식어 중 하나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아티스트였고, 또 '법원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가사를 쓴 아티스트'로도 이름값을 높였다. 그는 2011년 기준으로 법원에서만 186번 피인용되었고, 74번으로 2위에 자리한 비틀즈와도 큰 격차였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밥 딜런의 가사 한 줄로 수십 줄의 근거와 설명을 대신할 수 있었고,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사를 통해 축약의 묘미를 발했던 것이며 결국 판결에 있어서 탁월함도 취할 수 있었다. 가장 유명한 가사 중 하나는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기 위해서 일기 예보관이 필요한 건 아니다(You don’t need a weatherman to k..
[리뷰] Green Day <Revolution Radio> 4년 만에 그린데이가 정규 앨범을 냈다. 2012년 Uno, Dos, Tre 3연 앨범을 공개한 후 각 잡고 앨범을 낸 것이다. 이란 자신들 최고의 작품을 2004년에 발매했고, 이어지는 앨범 라는 완성된 앨범을 2009년에 발매하면서 록밴드로서의 정수를 결정지었다. 2015년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도 젊음을 뽐낸 는 물론이고 중년의 나이에 디스코그래피의 정점을 찍었던 2010년 이후의 두 앨범 덕분이었다. 그 두 앨범 사이의 공백은 5년이었고, 이번 새로운 앨범도 그에 육박하는 4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당연히 많은 팬이 그린데이의 완숙한 음악을 기대하는 마음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는 길을 잃은 모양이다. 그린데이의 음악을 하나의 타임라인으로 긋는다고 했을 때, 이번 앨범을 가장 오른쪽 2..
When You're Smiling; 영화 <밀정>에 흐르는 재즈 밀정의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일 수도 있는 순간에 흐르는 곡이 있습니다. 곡 끝에 트럼펫 연주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거의 전곡이 흘러나옵니다. 바로 'When You're Smiling'입니다. 이 곡은 1928년에 마크 피셔, 래리 셰이, 조 굿윈이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루이 암스트롱, 빌리 홀리데이, 냇 킹 콜, 시나트라, 주옥 같은 재즈와 팝 아티스트에게 불리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곡이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사랑 받는 곡이 바로 밀정에 삽입된 버전입니다. 1절은 암스트롱만의 걸걸한 보컬이 가락을 이루고, 2절은 그의 트럼펫이 그 역할을 해내는 곡입니다. 아름다운 선율은 영화 속 장면에 버무러집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일본의 침략을 받지 않았고, 우리의 주권을 지켰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
블루스에 대한 단상 블루스의 기원은 신대륙에서의 흑인 노예 시절까지 올라간다. 17~18세기 미국의 흑인은 고단한 착취 속에서 기댈 곳이 많지 않았다. 하나는 종교, 즉 구원을 통한 현실 극복의 의지였고, 다른 하나는 노동요, 즉 음악을 통한 신체적 역경의 완화였다. 전자는 흑인의 뛰어난 음악적 본능 덕에 가스펠이라는 음악으로 발전했고, 현대 대중음악의 근간에 영향을 끼친 줄기세포 같은 역할을 했다. 반면 후자는 대중음악에서 슬픔을 담는 그릇이 되는 장르의 탄생이 되었다. 그 음악이 바로 블루스인데, 블루(Blue)의 어원은 슬픔이다. 끝없는 노동, 백인의 탄압을 견디며 흑인은 같은 어구가 4번 반복되고, 주거니 받거니하는 블루스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의 근본은 슬픔과 비애로 점철됐다. 노예 해방과 흑인 인권 신장으로 블..
생존과 클래식; 영화 <터널>, <피아니스트>, 게임 '폴아웃4' 영화 을 봤습니다. 무너진 터널에 갇힌 생존자의 고군분투로 정리되는 단편적으로 보이는 영화 줄거리지만, 김성훈 감독은 군데군데 재밌는 장치들을 넣어 무료하지 않을 장치들을 넣었습니다. 그 중 인상적인 장치는 라디오 방송입니다. 애석하게도 딱 하나의 라디오만 수신이 되었는데, 하정우가 자주 들었던 방송은 바로 '정오의 클래식'이었습니다. '정오의 클래식' 역시 생존자가 유일하게 듣고 있는 방송임을 알면서 그를 위한 선곡과 응원의 메시지를 편성하며 불완전한 쌍방향 소통을 이어나갑니다. 어둡고 침울하고 정적인 무너진 터널을 배경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이었기 때문일까 역설적으로 그 아름다운 선율이 더 아름답게 들립니다. 하정우도 그 음악에서 삶에 대한 의지를 느끼고, 힘은 얻곤 합니다. 이런 극한 생존 상황에서의..
2016 오바마리스트; 미국 대통령이 추천하는 음악 리스트 이야기 0. 대통령이 선물하는 음악 리스트 사람들은 쉬이 다른 누군가가 뽑아놓은 음악 선곡표를 좋아합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흔히 음악PD라는 명목으로 이용자들의 선곡 리스트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노래방에 가서 업체가 뽑아놓은 메들리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음악 리스트 선물은 가까운 사람일 수록 반갑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2015년에 이어 올 여름 매사추세츠에서의 휴가를 맞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리스트를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두 리스트 중 하나는 낮에 듣기 좋은 19곡, 다른 하나는 밤에 듣기 좋은 20곡입니다.또한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도 지난 10월 세계 소녀의 날을 맞아 소녀들이 들었으면 하는 곡을 뽑아 리스트를 공개한 일이 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역시 곡 공개는 ..
참 언론인, 참 인간 5일 동안 Y모 언론사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사실 4차 전형인 현장실습을 시작할 때 5일 동안 출퇴근하면서 평가 받는 전형이 좀 가혹한 편이라 생각을 했다. 많이 뽑으면 또 모를까, 6명이라는 인원을 5일 동안 붙잡아두고 인성을 비롯한 다양한 역량을 엿보는 전형이라니. 그나마 5일간의 현장 실습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취재나가는 기자를 따라 나가 곁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편집부에 가선 편집을 어떻게 하는지, 편집 영상은 어떻게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는지까지의 과정을 다 지켜보면서 시스템을 터득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겉에 드러난 과정에선 무엇을 배우는 건지 분명치 못했다.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 잘 탐색해야했다. 내가 배웠던 것을 소개하려 한다. 언론사에 입사한 많은 어른, 선배, 친구가 ..
평론에 감정을 담아도 되는가; 버벌 진트와 IZM 한동윤 평론가 이야기 이성은 감성을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말이 있다. 일견 그럴 듯해 보인다. 감성은 흔히 사적인 의견, 근거로 작용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직관적 불만이 가득한 사람이 공적인 자리에서 그럴싸해보이는 말을 하기 위해서 평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성은 감성을 합리화한다는 말은 이렇게 평론 세계에서도 통용되곤 한다. 그러나 평론은 필요하다. 모든 영역에 평론가는 존재하며 이들은 문외한과 마니아 모두에게 해설해주고 얕은 차원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장단을 지적해며 큰 효용성을 선사하는 사람들이다. 평론을 예술의 영역에서 국한하자면, 그들은 예술 작품과 함께 비판발전하는 공생 관계며, 예술은 평론이 없으면 제 위치를 알지 못할 뿐더러 앞으로 나아갈 길 역시 잃는 셈이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전 관람객의 리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