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전기 빌런과 일렉트로니카 덥스텝 OST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두 번째 이야기가 개봉된 지 1주가 됐다.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3부작을 사랑한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직화 원작을 사랑하는 팬들로부터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크게 주인공 피터 파커, 즉 스파이더맨의 성격과 스타일에 대해서 원작에 얼마나 충실했는가에서부터, 빌런(악당)의 배경이야기와 컨셉이 어떠했는가까지 평가 요소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 또는 히어로물임을 표방하면서도 멜로물이 아닌가할 정도로 두 주인공의 연애 장면들은 힐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약한 장면 구성과 무성의한 연개성을 제외한 액션 장면과 멜로 장면은 썩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걸맞게 배우들은 물론이고 개봉 전부터 음악 부분까지 큰 주목을 받았다. 바로 어마어마한 이름들이 참여했기 때문인데, 그 이름들은 음악감독의 거장 한스 짐머를 필두로, 엘리샤 키스, 켄드릭 라마, 페럴 윌리엄스 등이다. 영화 음악계의 대빵과 팝 음악계의 간판들이 함께 모였으니 사실 '갈락티코'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보고 나니 속 빈 강정이며, 소문난 장에 볼 게 없고, 그저 이름만 번지르르한 번잡한 조합이었다. 

그래도 모든 게 다 실망스러운 건 아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하나 꼽자면, 덥스텝 음악이었다. 덥스텝은 일렉트로니카 장르에 속하는 음악으로,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하기 시작했고, 베이스의 저음과 둔탁한 드럼 비트를 주된 리듬을 삼는다. 그래서 일렉트로니카의 헤비 메탈이라 불린다. 덥스텝은 바로 빌런(악당)인 일렉트로의 컨셉 음악으로 주로 사용된다. 전기를 주 무기로 삼는 일렉트로가 등장해 등장인물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덥스텝 음악이 깔리는데, 마치 묵직한 덥스텝 배경음이 마치 일렉트로의 목소리인양 들린다. 음악 속에도 마침 일렉트로의 편집증과 분열증으로 인한 정신세계 속의 환청을 삽입함으로 그 기묘한 분위기가 훨씬 증폭된다. 이 덥스텝과 일렉트로의 조화는 예고편에서도 잘 드러난다.



1분 17초부터 덥스텝으로 일렉트로의 이미지가 부각된다.


 사실 한스 짐머가 보여주는 영화 음악의 스펙트럼은 관현악을 통해 펼쳐졌다. 웅장한 사운드와 메인 멜로디를 차용해 영화 전체를 감싸는 음악을 선보인 그에게 낯선 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그가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앞에서 말했듯 그는 관현악으로 주로 구성된 OST 음악으로 유명하다. 그런 중심에 신디사이저 소리를 더해 음악을 보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뽑아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의 주된 사운드는 덥스텝, 즉 일렉트로니카였다. 사실 이런 측면에서 OST에서는 여느 다른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던 '한스 짐머스러운' 친숙한 느낌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렉트로니카 시도가 나빴다는게 아니었다

두 번째는, 음악이 영상과 완전히 동기화(?)되었다는 점이다. 한스 짐머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 영화 속 주인공이나 장소의 주된 테마 멜로디를 정해놓고, 그것을 조금씩 편곡하는 방식으로 여러 트랙을 생산하곤 했다. 그런 목적은 특정 인물이나 장소의 분위기나 컨셉을 음악의 분위기로 부연설명하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한스 짐머의 배경 음악은 지금 나오는 영상을 덧붙여 묘사하여 실감나게 하고 몰입을 돕는 데 있었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는 음악이 영상과 완전히 동일시된다. 일렉트로의 전기 공격들은 덥스텝 음악으로 실감나게 눈에서 튀고 귀에서도 번쩍한다. 심지어 어떤 일렉트로의 공격은 음계를 만들어내면서 음산한 멜로디를 들려주는가 하면, 애초에 불안정한 일렉트로의 심리를 음악 속 랩과 비슷한 독백으로 대신해서 처리해버리기도 한다. 



정리해서, 한스 짐머는 마치 고여있는 물처럼 썩고 있지 않다는 걸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전히 현존 최고의 상업영화 음악 시장의 가장 큰 파이를 쥐고 있다. 마치 그가 하루 몇 시간만 작업한다면, 수많은 영화의 요구에 무난하게 어울리는 음악들을 끝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과거에 보여줬던 같은 레파토리가 아닌 덥스텝이라는 새롭게 유행하는 음악 장르로 또 다른 창작을 달성했다. 이런 점들이 OST에 참여한 쟁쟁한 아티스트들을 더 단출하게 보이게 하는 건 내 착각만은 아닌 거 같다.



한스 짐머와 패럴 윌리암스